[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일본 경제 보복 조치로 국내 산업 분야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대일무역적자’ 규모에 대한 비판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액이 700조원 규모라 큰 문제인 것처럼 판단하고 있지만, 정통한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GDP 규모와 비교했을 때 1.5%에 불과하므로, 대일 무역적자에 대해 문제 삼을 것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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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GDP 규모와 비교한 대일무역적자규모 그래프 / 사진=김정호 경제학 박사(前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19일 관세청, 산업통산자원부등에 따르면 1965년에서 2018년까지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708조원으로 집계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금액의 규모로 봤을 때는 상당한 액수지만, 대일 무역적자의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을 통해 ‘수입’해온 원자재를 가공해 중국·미국 등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국내 제조업 특성상 대일 무역적자는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교역 초기에는 일본과의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현격히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일례로 국내 기술이 부족했던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부품은 일본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았지만, 2017년부터 무선통신기기가 3억7000만달러, 자동차부품이 2000만달러 등 흑자로 전환해 해당 분야에서는 만성 적자를 졸업하기도 했다.
특히 소니·파나소닉 등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최고의 가전제품을 만들던 일본의 기업들은 현재 국내 기업인 삼성·LG보다 기술력 수준이 훨씬 떨어지며, 스마트폰, TV 등은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의 기술력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산업 또한 일본 부품과 공장 설비 등을 수입에 의존하며 어렵게 성장해 왔지만, 현재는 현대 모비스, 만도 등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차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도 괄목할만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GDP규모와 대일 무역적자 규모를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하며, 국내 GDP의 1.5% 수준에 불과한 대일 무역적자는 경제적인 영향력이 미비하다고 말한다.
특히 GDP와 비교했을 때 대일 무역적자의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GDP가 성장할수록 대일 무역적자의 비율은 점차 줄어 들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일본의 수입 의존도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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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넥쏘 수소차 / 사진=현대차 |
다만 최근 현대차는 일본 경제 보복 조치로 미래 핵심 사업인 수소차에 사용되는 필수소재 CFRP(탄소 섬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 기업은 완성도 높은 CFRP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해,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해당 부품의 수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꾸준한 기술력 발전에도, 주요 핵심 소재 및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특정 반도체 기술 등은 아직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한 기술 육성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호 경제학 박사(前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일반적인 ‘손해’의 개념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무역 거래의 일환”이라며 “일본과의 조속한 외교 정상화를 통해 수출입을 원만하게 하고 정상국가로 돌아가기 위해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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