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서 일하는 5300여명 직장 잃을 위기, 장애인 고용률도 2배 높아...좀더 이성적이고 신중한 대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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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경기도 안 좋은데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 더 장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할 거 같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사장님의 말이다.
일본 수출규제 반발로 국내에서도 일본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피해가 가고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소중한 직장을 잃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원래 취지는 한국에 있는 일본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일본 여행 등을 자제하면서 일본에 압박을 가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나 일반 직장인에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나 대기업 등은 불매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직장인의 상황은 다르다. 이들은 장사가 좀 안되거나 소중한 직장을 잃으면 바로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일본 불매운동의 가장 큰 표적이 되는 브랜드는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이다.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1위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불매운동도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국 유니클로의 200여개 매장에는 약 53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물류, 광고 등 연관 분야를 포함하면 더 많은 국내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물론 유니클로를 국내에 들여온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와 49% 투자해 설립됐다. 일본 자본이자 일본 브랜드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는 99% 이상은 모두 한국인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특히 유니클로의 장애인 고용률은 일반 기업 평균 대비 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니클로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직원들의 휴직 및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취업해 일하고 있는 유니클로 직원들은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본 여행 취소가 속출하면서 피해를 보는 것 역시 한국의 여행사나 항공사 등이다. 그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 역시 피해를 보고 있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롯데는 또다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기업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롯데는 얼마 전까지 사드 배치 부지를 국방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무차별적인 보복을 받았다.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등 일반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했다.
사드 보복 당시 가장 애국 기업으로 칭송받던 롯데가 한일관계 악화 국면에서 또다시 일본기업으로 지목받으며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다. 사드 배치와 한일관계 악화는 정치, 외교적인 일인데 그 과정에서 롯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롯데는 그동안 일본기업 프레임을 없애기 위해 무수히 노력해 왔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계열사 66개를 편입시켰다. 롯데지주는 지분구조만 보더라도 엄연한 한국 기업이다. 외부 상황으로 인해 늦춰지고 있지만, 일본 롯데 지분이 투입된 호텔롯데도 상장시켜 궁극적으로 일본 지분율을 5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롯데가 한국에 낸 법인세는 무려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직접 고용인원이 약 13만명, 간접 고용까지 합하면 30만명이 훌쩍 넘는다. 롯데는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 5월 한국 기업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화학 공장 투자를 함으로써 민간 외교 차원에서 찬사를 받은 적은 있다.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려 기업이 더 이상 애꿎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지 손발이 묶여 투자와 고용이 침체되면 안 된다.
일본과의 정치 외교 문제가 엉뚱하게 다른 곳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과의 문제가 결국에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비화해 우리끼리 대치하는 형국인 셈이다.
일본 불매운동에 동감하면서 자신의 직장을 잃어도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 누가 있을까. 장사 몇 개월 안 돼도 견딜 수 있는 자영업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우리의 이웃인 셈이다.
일본 불매운동의 원래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좀 더 이성적이고 신중한 대처가 절실한 시기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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