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新) 친일 공세에 한국당 맞대응
조국 ‘페북정치’에 “부적절하다” 목소리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정치권이 ‘친일이냐 반일이냐’ 공세로 점철된 모양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목소리를 내야 할 정치권이 프레임 싸움에만 매몰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일본에는 저자세로, 우리 정부에는 고자세로, 이른바 ‘팀킬’을 하지 않길 바란다”며 “(경제보복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당은 ‘국회 빌런’, ‘추경 빌런’이 아니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왼쪽은 이해찬 대표./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이 ‘친일 프레임’을 고리로 한국당을 비판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당을 두고 ‘신(新) 친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한국당이 친일 세력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일전에서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 준엄히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신 친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친일 프레임을 내세워 공세 일변도로 나오자 한국당도 “비열한 편 가르기”라며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친일파라고 딱지 붙이는 게 옳은 태도인가”(22일, 황교안 대표), “저성장에 오랫동안 신음하던 일본처럼 대한민국을 일본화(化)하는 경제정책을 펼치는 이 정부가 ‘신 친일파’ 아닌지 묻고 싶다”(22일, 나경원 원내대표) 같은 식이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국회 차원의 본질적인 대응은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당장 이날 오후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한일관계에 대해 청와대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대응책을 찾아도 모자랄 정치권이 친일 논쟁만 벌이는 게 맞나”라고 혀를 찼다.

일각에서는 연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써 대일 강경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 상황을 더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청와대 고위 인사가 실질적인 외교적 대응은 도외시한 채 공당을 향한 친일 프레임만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도 조 수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조 수석은 지난 12일 ‘죽창가’를 게재한 이후 열흘 동안 44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개인활동’인가 했더니, 조 수석의 ‘친일·반일 프레임’이 발표되고 나서 바로 KBS에서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잘 짜여진 프레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조 수석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