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가 한국 여성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단언컨데, 이렇게 온전히 여성이 주체가 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 옆길로 새지 않고 완벽하게 마무리한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25일 tvN 수목드라마 '검블유'가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검블유'는 세 여자가 주인공이었다. 임수정(배타미 역), 이다희(차현 역), 전혜진(송가경 역)이다.

이전에도 여성 주연 드라마는 많았다. '여인천하'처럼 타이틀부터 노골적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내세운 대하사극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들의 극중 역할은 조선시대와 21세기만큼 차이가 있었다. IT 기업의 뇌조직 쯤에 위치한 대형 포털사를 배경으로 임수정과 이다희, 전혜진은 일에 몰두하고, 출세나 자아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살고, 사랑 때문에 웃고 울고, 사회적 정의에 대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해서 '검블유'가 페미니스트를 어설프게 표방하지도 않았다. 그냥 여성들이 중심이 돼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여줬을 뿐이다.

경쟁을 하고 싸움을 해도 주로 여성끼리였다. 배타미는 믿었던 선배 송가경에게 내침을 당해 회사를 옮기면서 송가경을 밟고 올라서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제 그렇게 했다. 송가경이 정략 결혼으로 포기했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던 대상도 시어머니였다. 그룹 총수 장회장(예수정 분)이 여성이라는 설정도 신선했다. 

   
▲ 사진=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포스터 2종


티격태격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남성의 전유물로 다뤄져왔지만, '검블유'에서는 그것도 여주인공들의 몫이었다. 차현은 배티미와 경쟁 관계로 시작했지만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됐다. 배타미에게 보디가드가 필요하거나 상처받은 마음을 누군가 보듬어줘야 할 때, 기꺼이 나서준 사람은 차현이었다. 애증으로 얽힌 배타미와 송가경이 절대 권력이라는 거대악과 맞설 때는 서로 연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검블유'는 설교식 비장미로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도 않았고, 적절한 로맨스로 맛깔나는 양념을 칠 줄도 알았다. 단, 로맨스의 주체는 역시 여주인공들이었다. 

배타미는 연하남 박모건(장기용 분)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도 연인의 앞날을 걱정해 아픈 이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사랑하기로 스스로 결정한다. 

차현은 팬심으로 다가갔던 신예 배우 설지환(이재욱 분)에게 반하게 되자 과감하게 '자발적 곰신'이 된다. 

정략결혼으로 껍데기 결혼생활을 했던 송가경은 자아를 되찾기 위해 '쓰랑꾼' 남편 오진우(지승현 분)와 주도적으로 이혼까지 한다.

최종회에서는 '검블유'가 여성드라마임을 상징하는 두 장면이 있었다. 

대통령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권의 불법적인 행위를 포털 메인화면에 고발한 다음, 세 곳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서 포털의 윤리강령을 천명한 세 사람이 바로 배타미, 송가경, 차현이었다. 포털 바로의 대표 민홍주(권해효 분)는 자신의 과거 실수를 이유로 배타미에게 기자회견을 부탁해 3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그림을 완성시켜줬다. 

엔딩은 이들 세 명의 여자주인공이 오픈카에 함께 올라타 세련된 모습과 밝은 표정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탄탄대로를 시원하게 달려가는 것이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한 엔딩처럼 보였지만, 물론 다른 점은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약자가 되고 핍박을 받았던 델마와 루이스는 과감한 일탈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인격체의 소중함을 체득하고, '완벽한 자유의 영역'처럼 보이는 낭떠러지 너머로 차를 몰고 날아갔다.

배타미와 송가경과 차현은 능력을 갖추면 여성도 사회적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줬고, 줄서기나 권력에 빌붙기가 아닌 열정과 노력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뤘으며, '꿈꾸는 자유의 영역'처럼 보이는 곧게 뻗은 대로를 럭셔리 카를 몰고 신나게 달려갔다.

'검블유'는 웰메이드 여성 드라마였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