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의사 반영된 기소권과 수사권은 명분없어, 박영선대표 합의안 동의해야

   
 성준경 논설위원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의 지난 대선 후보이자 차기에도 유력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가 벌이는 단식농성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9일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문 의원은 유가족들의 목숨을 건 특별법 진상규명은 고통이 요구되고, 그 고통을 같이 짊어지겠다고 했다.

정치인의 단식투쟁은 시대마다 있었다. 지도자급에 있는 정치인의 단식투쟁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983년 엄혹한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자택에 감금되어 있던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5.18 4주기를 기해 5개 사항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을 감행했다. 그의 단식은 민주화의 여명을 밝혔다. 또한 1990년 10. 18일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지방선거 전면실시 등을 요구하며 14일간의 단식투쟁을 전개해 지방선거의 정착을 이루는 초석을 다졌다.

정치인의 단식투쟁은 역사적 명분과 흐름에서 출발해야 한다. 만약 김영삼·김대중 두 야당의 거목들이 역사적 명분을 결여한 가운데 자신의 사욕(私慾)으로 비치는 단식투쟁을 했다면 그들의 미래에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연 문재인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지원용 동조단식 투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금할 수가 없다.

문재인 의원이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유가족들의 뜻이 반영된 기소권과 수사권이 담보된 ‘세월호특별법’ 관철은 누가 봐도 상기의 두 야당지도자가 단행한 역사적 명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단식과 거리가 멀다. 단지 유가족을 등에 업고 현 박영선 비대위원장 체제를 흔들어 자신의 대권가도를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포퓰리즘이 가미된 사익(私益)추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문재인 의원 등 친노 강경파들은 지난 7일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여당과 전격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전면 부정했다. 새누리당은 벼랑으로 몰린 박 비대위원장과 재협상, 기존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보다 대폭 양보한 내용으로 재합의에 응했다.

   
▲ 문재인 새민련의원이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희생자 부친 김영오씨가 입원한 모 병원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지난 대선 새민련 후보였던 문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동조 단식은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이완구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이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은 특검추천위원회(7명)의 국회 몫 추천위원 4명 가운데 여당이 추천하는 2인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아 선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여당이 대폭 양보한 흔적이 보인다. 이는 실제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여당은 자신의 몫인 2인의 위원 추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크게 봐서 유가족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진상조사위가 특검을 2회 연장할 경우 이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한 것도 지난 번 합의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다. 또 세월호 특검은 최장 6개월간 활동이 가능하고 최대 21개월(12개월+1차 연장 6개월+사후정리 3개월)간 활동하는 진상조사위와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도 다졌다.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누가 봐도 여야 원대대표들의 고뇌가 묻어난 합리적 방안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존의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에만 집착,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강경 세력은 추인을 거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말리겠다고 한 문재인 의원은 그의 곁에서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단식을 부채질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처음에는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재합의 사안에 동의했는데, 이후 유가족들이 반대를 들어 추인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야당의 대선후보였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야당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이가 뚜렷한 정치철학과 소신으로 시대적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오락가락하는 주관으로 한쪽에 묻어가고자 하는 모습은 후진적 한국 정치의 어두운 자화상이 아닌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재인 의원의 단식농성과 맞물려 친노 강경파 의원들인 김현·배재정·은수미·최민희 의원 등이 재합의 파기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한·미 FTA 반대 시위, 광우병 촛불 시위 등 각종 단골 시위대로 구성된 '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도 ‘세월호특별법’ 재합의 파기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지도부 20명이 동조단식에 들어가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국민들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비통한 심정으로 국민적 애도 속에 유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고 같이 울었다. 그리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또한 정부를 향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사후 대책을 분명하게 세워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재합의 과정을 보고 이 정도면 유가족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협의라고 반색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단호한 반대와 야당의 고질화된 약속정치 파기와 민생외면을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탄식을 지금 도처에서 내 뱉고 있다.

지금 국회는 ‘세월호특별법’에 묶어 국가혁신법안 및 민생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식물국회가 따로 없다. 전문 장외 시위세력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안 수권야당을 지양하는 새민련의 정치행태는 무책임 그 자체이다. 지금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 그 언젠가부터 세월호 유가족 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산적한 국가적 현안과 민생 속에 장기화되고 있는 세월호 정국에 대해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민련과 최대 계파주주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진정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다면 장외 세력과 결탁해 그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세월호 정국을 장기화시켜 국가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직도 분노에 차 있는 유가족들을 설득하고 합리적 대화의 장으로 견인함으로써 틈이 벌어져 가고 있는 국민과 유가족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화해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강경파 이미지가 선명했던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난항 끝에 내어 놓은 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재 협상안은 그가 당의 혁신 비대위원장으로서 7.30 국회의원 보선 민심에 순응한 결과이다. 더구나 이번 재 협상안은 문재인 의원과 친노 강경 세력들이 1차 협상안을 거부한데 따른 여당의 양보가 함께한 수정안아 아닌가!

문재인 의원이 아직도 대권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국가적 갈등의 한 축에 서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7.30 국회의원 보선 민심을 직시하고, 당장 단식을 중지해야 한다. 이어 자신과 그 계파들이 동의해 전권을 부여한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세월호특별법’ 재협상 안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민련 후보로 대권을 노리고 있는 문 의원이 당 비대위원장을 무력화시키고, 장외에서 국가적 갈등을 촉발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면 누가 봐도 이는 자신의 당권 획득과 이를 통한 대선가도를 밝히기 위한 계략 및 꼼수정치로 오인하지 않겠는가! 김영삼·김대중 두 한국정치 거목들의 야당시절 국가적 대의명분(大義名分)에 입각한 목숨을 건 단식투쟁과 문재인 의원의 국가적 명분과 거리가 먼 국가갈등 지양의 단식투쟁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지금과 같은 교조적 운동권 시각에서 국가와 민생을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가적 안목과 민생에 천착한 비전제시로 국민의 사랑 한 가운데 서 있는 야당 지도자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문 의원이 이와 같은 국민적 눈높이를 맞출 역량이나 사고의 유연성과 비전이 없이 지금과 같은 명분 없는 단식으로 국가갈등에 앞장선다면 대선을 향한 그의 꿈은 한낮 미몽(迷夢)에 불과할 뿐임을 감히 충언한다.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