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국회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5조8269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1조1953억원을 배정받았지만 추경 예산 집행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중기부는 일자리·일본 수출 규제 대응·미세먼지 및 강원 산불 등 재난 피해에 따른 민생 지원에 필요한 추경 예산 1조195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 전체 추경 5조8269억원의 20.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써 중기부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관심 부처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추경 내역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다. 중기부는 추경 예산을 △강원산불 및 미세먼지 저감 △일본 수출규제 대응 △창업 및 벤처 활성화 △제조혁신 및 수출·판로 강화에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는 중기부가 29억원을 들여 전국 전통시장 실내 1200개소에 공기청정기 설치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고, 중기부 산하 신용보증기금은 청정환경 보증프로그램에 280억원을, 기술보증기금은 미세먼지 저감 등 보증 지원(192억원) 등에 총 4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현행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 소관부처는 환경부로 설정돼있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주무부처가 중기부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공기청정기 가격의 60%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단지 전통시장이 중기부 소관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후 주무 부처가 어디인지를 놓고 부처간 기싸움이나 책임 회피 논란이 일 여지가 있어 미세먼지 대응 창구를 일원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관련, 중소기업혁신 R&D·창업기업자금·신성장기반자금에는 총 717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 지원이 없어서 개발을 못한 게 아니며, 더욱이 이 수준의 지원으론 턱도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원을 안 하니만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중기부는 274억원을 들여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장년 창업자 대상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을 양산해 '사장님' 직함을 만들고, '셀프 고용'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다소 황당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공무원들은 대통령 기조에 편승해야 예산을 쉽게 딴다"며 "별 걸 다 녹색성장이라고 하는 정부 정책상 중기부의 미세먼지 예산 배정도 그 같은 일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병태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부품 국산화 따위의 것을 논하지만 R&D를 해서 생산했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바로 바로 사 쓰는 것도, 돈 없어서 부품 국산화를 안 한게 아니다"라며 "부품 국산화 및 채용에 앞서 공정에 대한 설계와 테스트를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 공무원들이 그런 과정을 알 리가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술이 있다고 시장에서 바로 먹히는 게 아니라 거래하고자 하는 기업이 사줄 때 빛을 발하는 법"이라며 "정부는 예산만 퍼부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아는데, 혈세만 까먹으며 모럴 해저드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야당들도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분위기에 편승해 여당과의 정치거래에 따라 예산을 마구잡이로 편성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