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청와대와 야당 간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역시나였다. 근래 일본의 우리나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물론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영공 침범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오전 운영위 회의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이른바 ‘청와대 3실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로 인해 정 실장 참석은 오후로 미뤄졌다. 대신 오전에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답변에 나섰다.
야당은 주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책을 검증하는 데에 주력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경제’를 언급한 점도 문제 삼았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여부도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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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오른쪽)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대응하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이 5.37%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대책이 있느냐”며 “농수산물이나 금융 분야에서 제3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도 하는데,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노 실장은 즉각 “(GDP 5.37% 손실은) 매우 과장된 수치”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유 의원은 김 실장에게도 금융 분야 불이익 조치 가능성을 물었다. 김 실장은 “20년 전 IMF 외환위기 시대와 지금 우리 금융·경제 상황의 펀더멘탈은 매우 다르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 당국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고, 시장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데일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4월 25일 국회에 제출했는데, 일본이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언급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이후에 제출된 추경안 내용에는 무역 보복 예산이 하나도 없었다.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부품 국산화가 6개월에서 5년까지 걸린다는데, 소량 다품종 부품은 민간에서 수십조 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어제 문 대통령은 남북이 경제를 협력하는 것으로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했는데, 북핵 폐기 전에 남북 경제협력을 먼저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예스, 노’로 답해달라”고 노 실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에 노 실장은 “(문 대통령) 말씀을 앞뒤 다 거두절미라고 문자만 뽑으면 그렇게 이해하게 된다”며 “(경협을) 지향한다면 우리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과 관련된 우리의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감정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친일 프레임’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노 실장은 “일부에서는 국민 정서를 모르고 너무 냉정하게, 중립적이고 외교적으로 생각한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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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반면 여당에서는 지소미아 파기 여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한국을) 안보 우방국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항간에서는 기해 왜란이라고도 한다”며 “우리가 지소미아를 파기를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노 실장은 “(일본이) 우리에 대해 신뢰 결여,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했는데,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24일이 (지소미아 갱신) 통보 시점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계속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도 부연했다.
야당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지 않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중러 군용기 침범 때) 문 대통령은 NSC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여당 원내대표단과 한가하게 식사를 했다. 다음날은 부산의 횟집에 가서 회를 드셨다. 이런 일정은 모두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