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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페이와 제로페이/사진=삼성전자·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역점사업인 제로페이를 계속 진행해나갈 뜻을 밝히자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해성빌딩에서 '제로페이 혁신을 위한 피칭대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김학도 중기부 차관은 "제로페이를 소비자들이 더 찾게 만들고, (제로페이가) 국민 결제수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도입·추가 기능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제로페이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도입한 제로페이는 관제 스타트업 내지는 관치 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이미 시장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제로페이가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도 많다.
간편결제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삼성페이는 출시 46개월차로, 지난 5월 기준 누계 결제금액 40조원, 가입자 수 1400만명을 자랑한다. 삼성페이가 온·오프라인 페이 결제액 중 81.6%을 차지해 국내 핀테크 시장을 석권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가 단숨에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제의 매개체인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결제 기능을 담을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이 없고, 어플만 존재할 뿐이다. 그나마도 전용 어플도 앱스토어에서 찾기 어려우며, 설치를 해 QR코드 방식으로 결제 과정에 접속해야 하는 등 서비스 이용에 있어 상당히 큰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용자 편의성이 우선시되는 모바일 핀테크 시장에서 관 주도인 제로페이의 직불결제시스템이 민간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건 필연적인 결과라는 비평이다.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중기부는 제로페이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기술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로페이 혁신을 위한 피칭데이' 행사를 준비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이 자리엔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중인 △은행·결제사업자 △핀테크 기업 △핀테크 전문가 △VC △중기부 △서울시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13개 기업이 새로운 결제방식과 부가서비스, 제로페이와의 접목방안을 발표하며 구체적으로는 QR코드 방식 이외에 NFC, 음파, 앱투앱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간편결제시장을 선점한 삼성페이나 LG페이 역시 NFC 방식으로 구동되고 있으며, 지문이나 홍채인식으로도 편리하게 결제가 가능해 제로페이가 이들에 대항코자 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한계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중기부는 꿋꿋이 사업을 밀어부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중기부가 시장 가치를 상실한 제로페이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는 사실상 관치페이이며,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넘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는 꼴"이라며 "(정부의 제로페이 육성정책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결제 수수료 제로가 정부가 내건 차별점인데, 이로 인헤 카드사는 출혈경쟁을 해야 하고 카드 가입자들의 혜택을 줄이는 등 제로페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 시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소한의 건전성 규제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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