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특혜를 해제한 이후 소재부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근본 해결책은 ‘기업 환경 개선’”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 전반에 획일적으로 적용된 화학물질 규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또 이 같은 사태가 불거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안주한 탓”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나 과학기술계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 소재부품사의 협업은 글로벌 협업의 성공사례라는 평가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홀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권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소재부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논의를 재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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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홀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일본 소재산업 종속론, 과학기술계의 소재부품산업 외면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육성 회피 주장에 대해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며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재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자원 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일본 수출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은 국가 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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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홀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나타낸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여전히 생산기술의 차이로 일본에는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며 “대일 소재부품 적자는 2000년 103억 달러에서 2010년 242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해 151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일본 소재‧부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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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가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토파즈홀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가 일본, 미국, EU, 한국 순으로 일본과 한국이 극명히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일본과 미국은 신규물질만 신고하지만 한국 화평법은 신규 및 기존 물질을 모두 신고하게 돼있다.
곽 교수는 “기존물질 신고제를 운영하는 EU와 비교했을 때 전문 인력의 질적 역량은 물론 수적 현격한 차이로 인해 EU방식은 한국에서 혼란만 초래할 뿐 실행 불가능하다”며 “비공개로 진행되는 한국과 달리 EU는 평가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 측면에서도 일본 화관법은 562종을 관리하지만 한국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하는 등 관리대상이 약 3.5배 차이가 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노출량을 고려한 평가를 통해 위해성 높은 물질 관리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화학물질 안전규제는 현재 화평법, 화관법 외에도 산안법에서 관리되고 있는데 물질 등록은 법률마다 별도로, 관리체계는 중복돼 있어 비효율성이 크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전면 재정비와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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