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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 컨벤션센터인 구미코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장세용 구미시장, 문 대통령,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동의 한국노총 구미지부장./청와대 |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던 말도 옛말이 될까. 내년 4·15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 자유한국당의 TK(대구·경북) 사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원인은 다양하다. 지역 현안 때문이기도 하고, 정당 간 역학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엿본 여당이 보수 텃밭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한국당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 구미 넘어 TK로
경북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보수의 성지’로까지 일컬어진다. 이런 구미를 근래 방문하면 눈에 띄는 것이 ‘LG화학의 구미 투자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들이다. LG화학은 5000억원 이상을 들여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6만여㎡ 부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는 청와대가 추진한 ‘구미형 일자리’ 계획과 맞물려 정부·여당의 성과로 포장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구미형 일자리로 인해 지역 내 여론이 사실상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기존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LG디스플레이가 생산 거점을 파주로 옮긴 와중에 LG화학 투자가 결정돼서다. 구미는 경북에서 청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17년, 38.7%) 지역으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젊은 층 비중이 높다. 작년 치러진 6·13 지선 때 민주당이 TK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곳도 구미다.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 지도부에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구미갑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구미형 일자리를 성사시킨 ‘1등 공신’을 구미로 보내 여론을 굳히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역 정가에선 현 구미갑 의원인 초선의 백승주 한국당 의원을 두고 지역 조직이 약하고 민심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 민주당 입장으로선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적극적인 ‘동진 정책’도 한국당으로선 변수다. 김부겸·홍의락 의원으로 대구를 교두보 삼은 민주당에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상식 전 국무조정실 민정실장,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 등 친여 성향 인사들의 TK 차출설이 거론된다.
◇'우리공화 리스크' 현실화?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사이에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TK를 놓고 두 정당이 경쟁하다가 되레 제 살만 깎아 먹는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4·3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후보가 정의당 후보에게 504표 차로 석패 하면서 현실화한 바 있다. 당시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 전신) 후보가 얻은 표는 838표였다.
한국당은 보수통합론을 내세우며 우리공화당도 끌어안으려 하지만 당 안팎 사정은 녹록지 않다. 얼마 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전 대표를 콕 집어 ‘통합’을 언급한 뒤로는 우리공화당의 강한 반발마저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은 각종 여론조사에도 유의미한 수치가 잡히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우리공화당의 존재감을 키울 변수는 아직 많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