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해체 경영실패 아닌 정부 주도 기획에 가까워"…명예회복 행보 신호탄되나?

“대우분들 모두에게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도 있고 비통함도 분노도 없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감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서 인사말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시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그룹 해체 15년만에 재평가를 요구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최한 ‘제45회 대우특별포럼’에서 다소 울먹거리면서도 확고한 말투로 이같이 밝혔다.

김우중 전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일에 연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히 평가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하기를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생 동안 항상 앞만 보고 성취를 향해 열심히 달려왔다. 제가 법에 반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 잘못된 실수가 미래에 반복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또 “이제 저는 미래를 가져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됐다”면서 “남은 인생동안 우리 젊은이들이 대우의 정신을 계승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심 성의껏 도와주려고 한다”고 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그동안 대우그룹 패망 비사를 공개하고 재평가를 받자는 전 대우그룹 임직원들의 주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김우중 전 회장은 그러나 ‘대우그룹 해체는 경영실패로 인한 것이 아닌 정부의 기획 해체에 가깝다’는 최근 회고록(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김우중 전 회장의 발언강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김우중 전 회장의 발표와 동시에 전직 임직원들은 모두 이번 발표로 인한 여파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전략을 내놓았다.

대우그룹 출신 인사들은 “세계경영이 실패가 아니었다. 정확한 사실을 알려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의 이번 결정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장병주 전 대우 사장(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날 등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아직 세계를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전 대우전자 회장도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여전히 성과를 내고 있다"며 "김우중 회장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져 김 회장이 우리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이 가장 큰 아쉬움을 토로한 대우자동차를 이끌었던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대우세계경영이 실패가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우차는 IMF전 세계 거점이 10군데에 달했으며 중국에 30만대 규모 부품공장도 있었다”며 “결실을 얻으려고 할 때 (대우가)무너졌다. 뜻대로 됐다면 세계경제를 좌우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