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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선 3사가 지난 5월 이후 줄곧 수주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LNG 개발사업 협력에 이어 합작조선소 건립을 추진하며 한국 견제에 나섰다. /사진=각 사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한국 조선 3사는 3개월 연속 수주량 1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유지했다. 조선업 재건이 한창인 중국과 수주난에 허덕이는 일본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14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8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해운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황함량 환경규제(IMO2020)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달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는 신규 주문량에 있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대부분의 선주들이 선박 주문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 조선 3사는 지난 5월 이후 줄곧 수주량 1위를 차지하며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조선 3사는 지난 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 55만CGT(25척) 가운데 절반(27만CGT·10척) 가까이 수주하며 석 달 연속 중국(20만CGT·11척)을 제쳤다. 일본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1척(3만CGT)을 수주하며 중국 뒤를 이었다.
누적 수주량에서도 한국은 지난 4월 1위 중국과 17%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으나 7월까지 집계 결과 8%포인트로 격차를 좁혔다.
지난 달 수주잔량도 중국과 일본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24% 감소한 것과 달리 한국 조선 3사는 2% 증가해 대외변수 속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주잔량은 조선소가 선박건조수주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선주에게 인도하지 않은 물량이다. 수주잔량이 많을수록 조선소의 일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손잡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조선 3사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세계 4위이자 아시아 최대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과 일본 몰쉬핑은 지난 6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및 에탄 가스 운송 프로젝트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러시아 북극해 자원개발사업인 야말 LNG프로젝트와 호주퍼시픽 LNG프로젝트 등 다양한 에너지 운송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해왔다. 이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장기 LNG 운송계약을 확보해 신규 발주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국은 중국 내 합작조선소도 건립키로 했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장수뉴양즈장과 일본 특수선 전문업체 미쓰이E&S는 이달 중 LNG 생산기지를 세워 물량 확보와 함께 LNG선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자국 내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다.
중국은 국가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조선산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정하고 LNG선,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합병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던 중국 1,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의 합병 추진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궈진증권은 “CSSC는 선박 건조에 강하고 28개 연구소를 둔 CSIC는 설계에 주력해 합병에 성공할 경우 첨단기술 선박 개발과 시장 개척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수주난을 겪는 조선소를 수리조선소로 탈바꿈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미쓰이 E&S 조선은 치바 사업소의 선박 건조용 독을 3개에서 1개로 줄이고 선박 수리 사업에 인력을 이동시켰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은 국토교통성과 나가사키 조선소를 크루즈선박 수리조선소로 변경하는 골자의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구조조정과 협력 등을 통해 기술 보완에 이어 한국 조선사들이 주도했던 고가선박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며 “한국 조선사는 대형 LNG선 21척을 싹쓸이하는 등 특정 선박 수주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이들의 견제를 외면할 경우 향후 스마트십, 환경부문서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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