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확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경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외교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경제 문제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향후 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이에 미디어펜은 한·일 갈등을 불러온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강제징용 판결에서 백색국가 제외까지
②한일 경제 전쟁 직격탄 맞은 국내 기업들
③반일이 애국? '감정 보복' 넘어서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7월 일본이 우리나라 반도체 부품 소재에 대한 수출 특혜를 해제한 이후 시작된 ‘반일 운동’이 한 달여 넘게 지속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반일 운동이 일본에 미친 영향보단 우리 기업에 주는 피해가 더 크다는 피로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본에 대한 감정이 쉽게 사그라질 순 없겠지만 무엇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단숨에 깨질 수 없겠지만 ‘반일’, ‘친일’이라는 논란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 양국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가며 끊임없이 교류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이덕화 서강대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경제 갈등이 “경제 강국으로 가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이기 때문에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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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 등 이른바 ‘자립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여 달러고, 일본은 3만9000달러로 같은 3만달러이기 때문에 일본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의견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는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절대 우위’에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단숨에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국력의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대중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기초과학 원천기술에 강하다”며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없이는 스마트폰, 자동차, 정밀화학 등 국내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국력의 차이’를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일’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매국’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우리의 무기는 강력한 규탄과 시위, 협박에 기반 해 있지만 일본의 무기는 ‘핵심부품 수출 금지’라는 객관화 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반일이 곧 애국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일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반일 운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일본은 아직 칼을 뽑았을 뿐 휘두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일감정에 부화뇌동하면 일본에 금수나 수출지연, 금융 보복 등 진짜 ‘경제 보복’을 독려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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