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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
문화, 예술 분야에 있어 이념의 좌편향을 지적할 때 마다 많이 하는 이야기가 원래 그 분야가 그렇다는 것이다. 창작자들의 시각이 기존의 사회질서, 기성 문화에 대해 저항의식, 도전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보니 좌로 쏠리는 현상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을 내어 놓는 사람들도 단서를 붙이긴 한다. 단 이런 좌로의 쏠림이 기존 체제를 흔들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저 세상의 한 단면, 후미지고 소외된 곳, 마이너리티를 살피는 섬세한 예술가의 시선으로 머물 때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위 문화 예술계라는 세계를 알아 가면 갈수록 참으로 순진무구한 발상을 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문제는 돈이다. 돈이 되니 만들고 돈이 되니 예술가들이 모인다. 더욱이 경제적 실리와 그들이 펼치는 사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이런 일거양득의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을까. 진보와 좌파진영은 한참 전에 이런 시장을 포착했고, 빠른 만큼 앞섰다.
저들은 일반 대중의 선택을 어렵게 얻는 길보다 쉬운 길을 선택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과 문화 예술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이들일수록 발 빠르게 공적 재원의 흐름에 주목했다. 문화융성, 예술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늘어가는 이런 예산들을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 예술이 단순한 주변부가 아니라 사회의 제 이슈들을 이끌어가는 구도까지도 만들어냈다. 좌파 진영의 들러리가 아니라 문화권력이라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중심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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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이 지난 25일 <무엇이 편향을 부르나:출판시장, 정부의 위태로운 큰손 >이란 주제로 교육쟁점 토론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남정욱 숭실대 겸임교수, 이근미 작가, 이원우 미래한국 편집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전희경 사무총장. |
정부의 재원, 정확하게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분야는 영화, 방송, 공연, 출판 등 매우 다양하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으니 앞으로도 이 분야 지원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재원을 토대로 스스로가 문화 예술계의 ‘큰 손’이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스스로 큰손이되 자신들이 위태로운 손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정부가 막연히 다양성의 잣대, 좌우 이념에서의 중립, 예술분야란 원래 좀 삐딱한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틈을 타고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진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시장경제를 왜곡해 묘사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에 배치되는 영화와 서적들이 각종 제작지원 기금에 힘입어 혹은 정부추천 교양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민 앞에 당도한다. 정부가 직접 달아준 이런 ‘인증마크’들은 제작사와 출판사, 감독과 저자들을 승승장구하게 한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도 해결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책임을 피해나가는 방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체게바라를 미화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는 동화를 우수도서로 선정해 물의를 빚은 ‘2013년 정부추천 우수교양도서’는 무려 77인에 달하는 선정위원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이를 직접 관장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숫자상 좌우균형, 이른바 명망가만 잘 모아놓으면 그 뿐이다.
위원회 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 견해를 관철시키지 않는 우파들의 탓도 있겠으나, 명백한 불량품에 정부공인이라는 마크가 붙는 것을 막을 의지도 장치도 없는 사업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사업이라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 공적 재원도 절약되고 정부가 나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진짜 양서들을 외면받게 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언제까지 문화·예술의 보호와 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정부가 ‘호갱님(호구 고객)’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정부지원금 나눠먹기로 연명되는 문화는 자생력도 없으려니와 질을 제고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좌파 문화전성시대는 오래 갈 것 같다. 공적 재원을 하루 아침에 거둬들인다는 것도 불가능할테니 최소한의 기준만이라도 명확히 하자.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축을 허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관대함을 버리자. 그 것만이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호갱님’ 노릇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지난 25일 주최한 <무엇이 편향을 부르나:출판시장, 정부의 위태로운 큰손>교육쟁점토론회에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석해 발표한 것을 수정, 증보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