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이콧' 거부? '매국 행위' 다름 없는 현실
"미움만으론 일본 이길 수 없어…현실 직시해야"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요즘 같은 시대에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거나 일본 맥주를 마시면 질타의 눈초리를 받는다. 그것이 ‘매국 행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본과 관련된 건 사지도, 먹지도, 가지도 않겠다는 이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것이 애국하는 일이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음은 그게 아니어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조심하는 이들도 보인다. ‘친일’이라는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반 국민들도 이런데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인들은 오죽할까 싶다. 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일궈온 것을 모두 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궁금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일본을 미워해야 하는 걸까. 이 미움의 역사는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라를 강제로 빼앗겼던 분함이 대대손손 전해지고 있는 거다. 나라를 빼앗아간 일본이 야속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총성 한 발 울리지 못한 채 나라를 빼앗기는 동안 당시 왕이라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우리의 잘못은 정말 하나도 없는 걸까.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다고 기억하는 그 기간 동안 조선왕조는 일본 황실의 왕족으로 편입돼 1945년 해방이 되기 전까지 평안한 일생을 보냈다. 일제에 부역한 것으로 따지자면 당시 왕족이 1등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에 분노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고종을 숭상하며 모든 잘못을 당시 관료들에게 돌린다. 

   
▲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그리고 이 같은 이야기에 돌아오는 대답은 어김없이 “너 친일파지?”다. 이 대답의 위력은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듣는 이의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여기에다 일제의 야욕으로 인해 조선의 근대화가 앞당겨졌다는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낼 수도 없다. 이것의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다. 일본인이라면 그저 ‘나쁜 사람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냐”는 의문도 불필요하다. 어차피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질문이기에 아예 말을 마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론 절대 일본을 이길 수 없다. “우린 다 잘했는데 저 나쁜 일본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소위 ‘한일 경제전쟁’이라 불리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말 바꾸기에서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극복하거나, 국민들이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다. ‘우리 탓’을 하는 순간 ‘친일파’로 낙인찍힐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는데 어느 누가 나설 수 있겠는가. 몰라서 그렇든, 알아도 가만히 있는 것이든 도리가 없다. 그러는 사이 죽어나는 기업과 국민들 역시 어쩔 수 없다. 원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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