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검요청 이어 검찰고발, 조직동요 영업력마비 직시해야

템플스테이에서 두 최고경영자(CEO)가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금융지주 전 계열사 40여명의 임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다시 함께 해보자고 다짐했다.
지난22일 저녁 경기도의 한 사찰. KB금융지주 임영록회장과 KB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이 나란히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는 듯 했다. 갈등과 분란을 치유하고, 화합으로 신인도를 회복하는 듯했다.

지주사와 은행이 수신고 확대 등 경쟁력강화에 매진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듯했다. 임직원들도 안도했다. 언론도 두 지도자의 화합하는 모습에 모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런데 이것은 무엇인가? 화합을 다지는 템플스테이 단합을 해치는 돌발사건이 발생했다. 이건호 행장이 서울에 오자마자 KB금융지주 김재열 CTO겸 전무 등 2명과 은행내 IT담당 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임직원 3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한 것. 이들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최종 제재수위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재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최종 제제수위가 결정되기도 전에 서둘러 검찰고발한 것은 석연치 않다. 금융지주 수뇌부와 도저히 화합할 수 없다는 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템플스테이에서도 해프닝은 있었다. 당초에는 회장과 행장도 임원들과 같이 넓은 공간에서 취침하기로 했다. 이행장은 독방을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원들은 이행장을 위해 인근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주겠다고까지 했다. 이행장은 서둘러 귀가했다.

임회장의 경우 임원들과 같이 잤다. 처음엔 직원들이 “회장이 어떻게 임원들과 같이 자냐”며 독방을 배정했다. 임회장은 템플스테이가 고행하는 것이 본래취지라고 했다. 경영진간 소통을 위한 것인만큼 다른 임원들과 서로 코를 골면서 자는게 좋다고 했다. 다음날 새벽 임회장과 임원들이 서로 누구 코골이가 심했다는 식의 농담도 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 행사후 돌아온 이건호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이 있는 3명을 전격 고발했다. 그리고 출장길에 올랐다. IT임직원과 함께 중징계를 받은 전략본부장만 데리고 갔다. 검찰고발과 관련해서 KB금융지주와는 상의도 안했다. 물과 기름처럼 살려고 작정한 것 같다.

이행장의 검찰 고발은 템플스테이의 화해와 소통, 화학적 결합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오기와 독단이 느껴진다. 이럴 바에야 왜 템플스테이에서 화합을 다지며 악수를 했는지 의아스럽다.

   
▲ KB금융 임영록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이 지난 22일 경기도 모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갖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협력키로 했다. 이건호행장은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주전산기교체와 관련이 있는 금융지주와 은행내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KB금융지주와 은행임직원들은 또다시 불안해하고 있다. 더이상의 갈등과 분란은 안된다는 게 임직원들의 중론이다.

이행장의 검찰 고발사태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는 다시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제는 신발끈을 매고 수신확대 등 영업력확대에 매진하자는 지난 주말 결의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실추된 신뢰를 되찾으려는 금융지주의 노력도 허사가 될 위기에 직면했다. 어렵게 조직을 추스르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고수하려는 노력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부에서 해결할 것을 금감원에서 자진 고발하고, 이번에는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끝없는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무엇인지...그 노림수는 무엇인가? 이제 갈등을 봉합하고 경영에 전념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행장의 자존심 때문에 국내최고 금융지주사가 끝간데 없이 흔들리는 것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조직의 불안과 동요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확대할 것인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학자적 고집만 부려 금융지주와 은행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건호행장은 더 이상 엇박자로 가선 안된다. 자꾸 외부 감독기관과 사법기관에 자신의 조직을 고발하고, 흠집을 내려는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 조직을 동요시키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지금 일선 지점직원들은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직 불안으로 직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예수금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KB은행의 영업력이 멈춰선 사이에 신한은행 등 경쟁사들이 야금야금 시장점유율을 올려가고 있다. 지금처럼 갈등이 확대되면 영업력이 급속히 와해될 수 있다고 일선 지점장들은 우려하고 있다.

금융지주나 국민은행 모두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누구를 겨냥한 엿먹이기식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접어야 한다. 리딩뱅크의 수장답게 이제는 은행 경쟁력강화와 영업력 신장에 힘을 모아야 한다. 행장이 자꾸 내부문제를 외부로 갖고 가면 임직원들은 불안해서 일을 할 수 없다. 함께 가야 할 동지들인 조직원들을 적과 동지, 피아로 구분하게 만드는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

템플스테이의 화합과 소통의 전기를 무위로 끝나게 해선 안된다. 임영록회장과 이건호행장은 이제 한배탄 운명이다. 최소한 임기 3년은 제대로 일해보고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뭔가 업적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겨우 1년지나서 온갖 갈등과 분란으로 상처만 남긴채 중도하차한다면 허무하지 않은가?

이행장은 임회장이 금융지주의 경쟁력강화에 나서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금융지주는 지금 LIG손보 인수를 마무리하는 게 발등에 불이 되고 있다. 금감원에선 이번 징계수위에 따라 승인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인 은행에서 발목을 자꾸 잡으면 LIG인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매물 시장에 나올 대형증권사 인수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하반기에 대우증권이 신부로 나올 경우 인수해서 증권부문 덩치를 키워야 한다.

KB국민은행도 리딩뱅크의 위상을 고수해야 한다. 예수금실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을 만회해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예대마진 축소와 부실여신 증가로 순이익도 비상이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신한은행의 9400억원, 하나은행의 5500억원에도 밀렸다. 리딩뱅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은행의 체력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

이행장은 KB은행을 리딩뱅크를 넘어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시켜야 책무가 있다. 주어진 임기 3년은 이같은 일들을 하기엔 짧다. 소송과 고발로 날새면 CEO퍼포먼스는 언제쌓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금융지주 전체에 상처만 가득 남기는 고소 고발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 은행장이 됐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행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감독당국이나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그렇잖아도 임회장과 이행장 모두 중징계해야 한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 무리한 검사와 제재사유로 중징계를 미리 통보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관철시키려 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주전산기 교체와 카드고객정보 유출문제는 중징계 사유가 안된다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 최수현원장은 이런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에 마득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이행장의 고발은 금감원에 빌미만 줄 뿐이다.

임영록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대한 관용과 소통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갈등이 지속되면 이전투구로 보일 뿐이다. 이행장과 은행 임직원들을 최대한 끌어 안고 소통해야 한다. 은행내 인사 등 자율권을 존중해줘야 한다. KB금융지주 수장으로서 대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두 지도자가 다시금 제대로 된 제2의 템플스테이 화해를 보여줘야 한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