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등 재판부 탄원서 이어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현 상태로 수감생활 어려워"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다가오는 가운데, 그동안 유산상속 소송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삼성그룹 측이 탄원서를 제출해 주목된다.

   
▲ "삼성가, 이재현 CJ회장 선처 호소…갈등봉합 '첫 단추' 되나?" 이재현 CJ 회장이 최근 '1657억원대 탈세·횡령·배임'와 관련한 항소심 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구급차에서 휠체어로 옮겨지고 있다. / 뉴시스

삼성과 CJ는 지난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갈등이 지속돼왔다.

28일 법조계와 삼성그룹, CJ 등에 따르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은 최근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제출된 탄원서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순희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현재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이 어려우니 선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에 앞서 삼성 측이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한다고 나서 그동안의 앙금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번 이재현 회장에 대한 탄원서 제출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투병 와중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집안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회복을 바라는 심정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J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범 삼성가 차원에서 가족들 간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현 회장은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719억원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횡령하는 등 모두 1657억원을 탈세·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 받고 항소해 내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이후 수 차례 기간 연장을 하면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4월 재판부가 연장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재수감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두 달만에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이달 21일에도 건강악화 사정으로 구속집행정지가 한 차례 더 연장되기도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