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병기 말뜻풀이 '문자·문화·사회 알쏭달쏭함을 헤집다'
2019-08-27 15:20:30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언론은 이 작품을 '먹글씨'라고 칭했다. 이미 익숙한 '붓글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먹글씨라고 하니 뜬금없는 말로 들린다. 먹글씨는 사용한 재료인 먹에 초점을 맞춘 용어로서 붓으로 쓰든 펜으로 쓰든 막대기로 쓰든 도구에 먹을 묻혀서 쓴 글씨를 말한다. 그러므로 먹글씨라고 해서 다 모필(毛筆:붓)로 쓴 붓글씨는 아니다. 먹글씨는 경필(硬筆:딱딱한 필기도구. 硬:굳을 경, 筆:붓 필)로 쓴 글씨도 포함하는 것이다." -본문 272-273쪽 '붓글씨와 먹글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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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병기 교수가 깊은 통찰력으로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늘 해결책을 생각하며 2017년 2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경제일간지 이투데이에 연재했던 글 중에서 188편을 정리한 것이다. 쉬운 내용인 것 같지만 깊이가 있고, 깊이가 있어서 무거울 것 같지만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비판적 칼럼을 덧붙인 내용의 글 모음이다.
서문에는 중국 명나라 말기, 당시 사회에 만연한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자 노력한 '동림당'의 학자들이 써 붙인 주련 글귀가 소개되어 있다. "바람소리, 빗소리, 책 읽는 소리, 소리마다 다 귀에 담고, 집안 일, 나라 일, 천하의 일, 일마다 모두 관심을 갖자.(風聲雨聲讀書聲 聲聲入耳, 家事國事天下事 事事關心.)"
이 구절을 예로 들어 김병기 교수는 학자는 현실참여 뿐 아니라, 학문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도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넓게 살펴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김교수의 그러한 학문관을 반영한 책이다.
알쏭달쏭한 우리말에 대한 한자표기를 정확하게 밝혀 줌으로써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짐작대고 일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담긴 속뜻을 훤히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말이 가진 깊이를 이해하게 해 줌으로써 특히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자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혼술'의 사회현상을 '독작(獨酌)'과 비교하여 풀이하기도 하고, 기쁨(悅)과 즐거움(樂), 음용수(飮用水)와 음료수(飮料水), 해방(解放)과 광복(光復) 차이를 시원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분식회계, 명조체, 소주, 조현병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그 유래를 모르는 말에 대해서도 자상한 설명을 붙였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