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골판지 시장 불확실성·국내외 경기 하강 등 종합 고려"
업계 "태림포장 기업 가치, 아세아·신대양 대비 과도하게 측정돼"
불확실성 리스크 해소 및 펄프값 하락으로 한솔제지 주가 오름세
   
▲ 서울 중구 을지로 한솔그룹 본사/사진=한솔그룹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제지 업계의 '뜨거운 감자' 태림포장 인수전에 한솔제지가 결국 발을 뺐다. 일각에선 한솔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못해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회사 관계자는 제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한솔제지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국내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지난 27일 태림포장·전주페이퍼 M&A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당초 성장전략 차원에서 태림포장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골판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및 국내외 경기 하강 등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 시점에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림포장은 인수가가 1조원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골판지 업계의 기록적인 호황 덕분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솔제지의 본입찰 불참에는 가격면에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솔제지가 보유한 현금은 200억원 남짓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태림포장의 기업 가치가 1조원이나 나간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골판지 제조업계는 '도토리 키재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태림포장과 마찬가지로 골판지를 만드는 아세아 제지나 신대양 제지도 시가총액이 2600억~2700억원으로 평가되고, 시장 점유율이 23~24%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태림포장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림포장은 재무구조가 취약해 사모펀드사 IMM PE가 사들인 것 아니겠느냐"며 "이 때문에 IMM PE가 1조원까지 불렀고, 본질가치에 비해 시장가치가 왜곡돼있다고 판단한 한솔제지가 입찰을 포기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시장의 이 같은 반응에 한솔제지 관계자는 "골판지는 농산품이나 공산품 박싱 등 전적으로 경기와 연동돼있고, 누차 강조했듯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일부 언론에선 그룹사를 동원해도 태림포장 인수를 못 한다고 보도했는데, 우리는 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도 내용대로 그룹이 움직일 경우) 지분 관계가 얽히게 되고 상호출자 문제도 설키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룹사를 동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솔제지는 태림포장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뒤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태림포장 리스크가 해소돼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장윤수 KB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인수 합병에 대해 합리적으로 접근하겠다던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켰고,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한솔제지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10억원, 241억원 등 상반기 영업이익이 451억원에 달하고, 3분기 380억원, 4분기 350억원 등 호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펄프값 하락과 견조한 백판지 업황이 실적 반등의 원동력"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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