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총수 리더십…미래 성장 전략 ‘비상등’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삼성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재현되면 미래 성장전략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룹 안팎의 걱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사업장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이 위기 극복의 의지를 내비쳤으나 재계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총수 부재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경우 과거보다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무역보복’ 등 삼성을 둘러싼 이상 기류가 심상치 않다. 삼성 내부의 위기감도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이 부회장 부재 당시 삼성은 계열사별 책임 경영 시스템을 적용했으나 제자리 걸음을 지속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성장동력의 기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돌아온 뒤 삼성은 미래성장 전략을 구체화 해왔다.

삼성은 지난해 8월 180조원을 투자해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미래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특히 인공지능(AI)와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을 4대 성장산업으로 점찍고 약 25조원들 투자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핵심 경영전략과 투자가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의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그러나 대법의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의 활동 폭이 당분간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노력도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삼성이 당분간 몸을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대규모 투자와 외부기업 M&A 등은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의 불확실성 확대가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총은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에 따른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