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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3년 전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직에서 파면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대법원으로부터 ‘강요죄가 성립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동시에 ‘강요죄’ 등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죄는 늘어나게 됐다.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강요에 의한 뇌물이 아닌 자발적인 묵시적 청탁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재판을 해야 결론이 나겠지만, 기업 경영 자유 침해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때 그 탄핵은 왜 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 부회장에게 요청했던 갖가지 지원이 강요가 아니었다면, 탄핵은 기각 됐어야 옳다.
하지만 어찌됐건 간에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당시 탄핵되던 순간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기업 경영에 조금이라도 참견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다 탄핵 사유에 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업에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겠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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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후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다고 볼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갈 때 기업인들을 (강제) 동원 했고, 틈 날 때마다 기업에 고용과 일자리 창출을 부탁(강요)했다.
다만 아무도 문 대통령의 그런 행보에 기업 경영 자유 침해라는 지적을 하지 않았다. 몇몇 언론에서 ‘기업을 내버려두라’는 비판이 있긴 했지만 그게 탄핵 사유가 될 만큼 공론화 된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대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요구가 강요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말을 향후 어떤 대통령도 기업에 마음껏 지원 요청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기업에도 거부할 자유라는 게 있기야 하겠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요지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그땐 탄핵 사유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강요죄가 아니라고 하니 사상 초유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힌 박 전 대통령만 억울하게 됐다. 그뿐인가. 이 부회장의 처지도 만만치 않게 처참하다.
기업할 자유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눈치 보는 것밖에 없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던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게 나라냐”였다. 그리고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게 정말 나라일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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