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 이화여대 교수는 금융 감독의 질적 제고를 위해 감독체계를 단순히 조직개편과 감독구조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규제 거버넌스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은 감독기관의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배 교수의 주제발표처럼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이 강화되면 훨씬 더 나은 금융감독이 이뤄질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은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자가 사적 유인 때문에 감독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금융 감독에 대한 근본 목적이 무엇이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금융감독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의 주인을 보호하고 금융기관의 건선정과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감독기관의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 강화가 이러한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업은 일반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남의 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금융업에서 비리가 발생할 위험이 많다. 그런 위험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을 잘 검사·감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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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욱 경희대 교수(맨오른쪽)가 최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제4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금융거버넌스 위기, 어디서 왔나>라는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금융감독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시장주도의 감독기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제발표를 한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안재욱 교수. |
그러나 정부에 의한 금융 검사·감독은 잘 수행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금융감독자는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자는 금융기관의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밝히는데 소극적이 된다. 2011년에 발생한 부산저축은행 사태만 봐도 그렇다. 감사원이 2010년 1월 금감원 감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징후를 알아채고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 공동 재조사를 권고했지만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2010년에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당시 총리가 2011년 2월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을 강화하여 거버넌스를 제고하는 것은 이런 정치적 압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이 잘 수행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관료제의 특성 때문이다. 관료제는 절차를 중요시한다. 어떤 금융기관이 잘못됐을 때 그 금융기관을 담당했던 금융감독자가 절차만 잘 지켰으면 책임추궁을 잘 받지 않으며, 절차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다.
이것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과 관련하여 부실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정부가 취한 조치에서 잘 드러난다. 380만 명의 신용불량자와 260조원의 가계부채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주의경고와 금감원 부원장의 인사조치가 전부였다.
게다가 금융감독 당국이 막강한 권한을 가질 경우 감독 부실과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악화된다. 우리나라 금융 감독기관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한 아무리 독립성, 책무성, 투명성을 강화해도 관료제의 특성과 더불어 제대로 된 감독이 어렵다.
그리하여 돈의 주인을 보호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권한을 힘을 줄여 정부에 의한 감독보다는 시장에 의해 금융기관이 감독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돈의 주인인 예금자나 투자자가 금융기관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정부의 금융감독은 이러한 시장규율의 보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정부보다는 시장에 맡겨졌을 때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이 더 좋았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불법을 저지를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금융비리 발생 위험을 줄이고 금융기관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와 경영자, 그리고 금융기관과 유착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금융감독자를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도덕적 해이와 비리가 줄어 금융기관이 건전해지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며, 무엇보다도 돈의 주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경제학과)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최근 주최한 <제4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금융거버넌스 위기, 어디서 왔나>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안재욱 교수가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해 패널로 참석해 제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