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금융 의료 법률 국제경쟁력 추락, 입법막는 정치인 책임져야

   
▲ 최창규 명지대 교수
우리 경제는 여태까지 주로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해 왔으나 앞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서비스업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78.6%), 영국(77.9%), 프랑스(79.2%)는 이미 80%에 가깝고, 그리고 일본(72.7%), 독일(68.5%), 핀란드(70.0%)는 70%에 근접한 반면 우리나라는 59.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변동이 심한 수출제조업과는 달리 서비스산업은 주로 내수산업으로서 경기변동성이 작아 전체 경기변동성을 낮추어주는 주는 순기능이 있다. 특히 우리 경제에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인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산업별 고용유발계수란 특정 산업부문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원 발생할 경우 해당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피용자수를 나타낸다. 한국은행이 2011년 산업연관표(연장표)를 이용하여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제조업 고용유발계수는 6.3명, 서비스업의 경우는 10.8명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최근 경제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으로 고성장을 지속해오는 중국의 추격과 선진국 사이에서 향후 경제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획기적인 서비스업 경쟁력제고 없이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좌절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명박정부는 2012년 7월 20일에 서비스산업의 일자리창출과 생산성향상을 위한 기반조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이 발의되었지만 2년 이상이나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를 비롯한 각종 개방정책을 진행할 때에도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의 개방과 개혁은 대부분 공공부문이나 서비스업 종사자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어서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인 교육, 금융, 의료, 법률, 사업서비스업 등 대부분의 경우 국제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 최창규 명지대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2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투자활성화관련법안, 탈출구는 없는가>라는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최창규 교수,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일부 공공부문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공공성을 앞세우면서 서비스업의 규제개혁에 적극 반대하고 있으며, 또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여야 정치인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입법을 반대하여 진지한 토론과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얼마 전까지 우리 경제가 침체를 가까스로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세월호 사태를 지나면서 우리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다시 부진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1.3%, 건설투자는 0.6% 증가하여 투자가 크게 부진해지고 있다. 유럽경제도 다시 어려워지고 다른 선진국과 중국의 경제회복도 어렵게 되면서 동아시아국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많은 국민들은 정치가 경제를 도와주기는커녕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청년실업극복, 일자리창출, 창조경제달성, 선진국형 산업구조구축을 이루기 위해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내용이 필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주로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서비스업에 대해 여러 가지 명분으로 진입을 제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등 정부규제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민간이 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을 굳이 공공부문이 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면 과감하게 민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서비스업은 IT강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국제경쟁력을 높여 창조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라는 칸막이에 갇혀 세계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따라서 일자리창출이나 경제성장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당국자나 혹은 국민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제조업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당연시하였지만,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발전을 위해 지원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서비스업도 하나의 산업으로서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업에도 각종 R&D, 재정지원, 금융지원, 인력양성 등 정부의 제도적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는 최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대책을 제시했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입법화되지 못해 구체적으로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을 비롯한 모든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금융 및 세제면에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결국에는 기업들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받지않고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전체적으로도 실패를 무릅쓰고 사업에 도전하는 창조적인 기업가정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 또 한 번의 사업실패가 인생낙오가 아닌 다음의 성공을 위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행대출 위주의 창업에서 벗어나 정부 뿐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차원의 벤처캐피털이 시장에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기존의 규제 하에서 관행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집단은 반대를 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진지한 토론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입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와 신규투자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져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도 증가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이 과제에 실패하면 우리 경제는 지금부터 성장을 멈추고 매우 어려운 길로 접어들면서 동아시아의 ‘용’으로 칭송받다가 점차 ‘미꾸라지’로 변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에 실패하거나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누구보다도『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한 투자활성화 입법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거나 방해한 여·야정치인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함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경제 민생경제법안 진단 연속토론회-투자활성화 관련법안 탈출구는 없는가>라는 토론회에서 최창규 명지대 교수가 주제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