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 주저앉을 우려, 지속불가능한 선심정책 인정해야

   
▲ 천세영 충남대 교수
2011년 8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곽노현 교육감과의 무상급식 정책 찬반주민투표 대결에서 졌다. 교육감은 나쁜투표라며 민주시민사회의 기본권리인 투표권을 포기하라고 권유했고 시장은 25.7%의 투표율밖에 얻지 못하는 정치 실패를 겪었다.

이후 정치 일정은 계속되어 2011년 10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생하였으며, 2013년 12월 19일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자리에 문용린 교육감이 선출되었고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2014년 6월 4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새로 탄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쟁점은 또 엉뚱하게도 친환경-농약급식이었다. 도대체 무슨 조화로 서울시장은 선거 때마다 교육감에게 위임된 학교급식문제에 연루되는것일까? 대통령을 만드는 데 성공한 현재의 새누리당과 그리고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무상급식 정치사'에서 어떤 입장을 가졌었는지는 짐작으로만 가늠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당시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이겼다면 ? 사실은 그런 상상을 해보기보다는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지고 이기고를 떠나 무상급식 이슈가 등장하지 말았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무상급식이 중단되기를 바래본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교육의 멍에가 벗겨지지못한 채로 이대로 주저앉아버릴것만 같은 교육학으로 벌어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다. 누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할 용기를 가지고 있을것인가? 무상급식은 주민투표와 지방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 결정된 정치적 선택이다. 그러므로 그 중단선언을 할 수 있는 당사자는 선출직 공무원 3인 곧, 대통령과 시장과 교육감이다.

숫자 몇 개를 잠시 헤아려보자. 2011년 전국초중고학생수 7백만 중 무상급식생수는 15%, 100만 남짓이었는데 2014년에는 6백여만명 중 60% 넘는 4백만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수는 급속히 줄어들지만 무상급식대상 학생수는 크게 늘었다. 급식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약 5조원에서 6조원으로 늘었고 이중 무상급식지원 재정은 5천여억원 남짓하던 것이 2.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50조원 남짓의 초중고교육재정 중 1%되던 급식비부담액이 이젠 5%까지 이르렀다.

   
▲ 무상급식사업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학교재정 50조원중 5%인 2조5000억원이 투입되면서 다른 분야 예산 투입이 막히고 있다. 서울시 등 지방정부가 이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앞장서서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중단을 발표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 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 교육의 중립성확보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박원순 시장(오른쪽)이 1일 최경환 부총리와 만나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지원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좋았다던 서울시의 재정적자가 극심해져서 중앙정부에 볼멘소리를 하며 재정지원을 요청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고 서울시 교육청은 명예퇴직수당 예산이 모자라서 2,386명의 지원자중 181명밖에 수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시설보수를 위한 예산도 압박을 받고 있으니 영어원어민 강사활용 교육과 같은 다양한 교수활동지원 사업은 더욱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한다.

2011년 무상급식 찬반주민투표때 모두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결국 이와같은 재정난에 이를것이며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결국 표를 선택했고 교육계는 또 그렇게 정치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대통령도 시장도 교육감도 모두 당선되어 현재 그 자리에 있으며 국민들이 시민들이 선택한 정책이라고 손을 놓고 있다.

시장과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제일 큰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더 큰 원인은 누리과정, 곧 유아교육재정때문라고 한다. 사실이다. 누리과정에 투입된 교육예산이 2011년당시 1조원 미만이던 것에서 2013년 결산 2.7조원을 넘어 곧 3조원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재정을 지방정부 곧 교육청에 떠넘기지 않았다면 무상급식으로 인한 재정압박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인가? 그건 지방교육재정 혹은 더 나아가 국가재정과 경제의 일반원리를 생각해 볼 때 참으로 단순한 책임회피이다.

다시 숫자 몇개를 더 헤아려보자. 6세에서 17세에 이르는 초중고학생은 대체로 연령당 학년당 50만명씩 총 6백만명이며, 3세에서 5세에 이르는 누리과정(유치원 및 어린이집, 그냥 쉽게 '유치원생'이라고 하자) 재학생도 비슷한 셈법으로 150만명 가까이된다. 이들을 위해 총 50여조원이 들어가니까 어림산으로 유치원생 150만명에 3조원 가까이 1인당 연간 2백만원 월간 20만원이 못되게 지원되고 있다. 반면 초중고생에게는 연간 8백만원가까이 월간 80만원 가까이 거의 4배가 들어간다.

그러면 유치원 교육비는 초중고생에 비해 적게 드는 것인가? 그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어린 아이일수록 선생님의 손이 많이 간다. 즉 학급당 학생수가 초중고의 경우 20명을 적정선으로 한다면 유치원생은 10명 이하여야만 한다. 교육예산은 대부분 선생님 인건비라고 할 때 결국 유치원생 교육비가 더 비싸야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제도가 발전되어 오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과 자녀수 감소로 인해 유아교육제도가 가장 늦게 등장했고 아직도 유아교육은 가정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도 한 몫하는데서 비롯된 부조화이기도 하다. 결국 부족한 교육비는 고스란히 젊은 학부모들의 고통으로 귀결되어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형님네는 월3만원남짓 급식비도 안내고 도시락 싸는 수고도 더는 대신 사정이 더 박한 30대 동생네는 유치원생 자녀를 위해 급식비와 간식비까지 더한 월 수십만의 등록금을 부담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감은 자신에게 부여된 지방교육예산을 최대한 아껴서 지역주민의 교육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무상급식도 급하고 유아교육도 급하고 혁신교육도 급하고 무상 고교교육도 급하고 낙후된 교육환경 개선도 급하다. 어느 것 하나 안 급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아끼고 아껴야한다. 그런데 교육감들이 돈을 아껴 잘 쓸 생각보다는 중앙정부에 돈을 더 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민세금 부담을 늘이자는 말일뿐이다.

물론 국가와 중앙정부는 경제정책을 잘 써서 세원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지방교육예산도 늘어나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스스로 벌어쓰거나 아껴쓰거나 해야 한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세운 정책이지만 그 정책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솔직히 살펴보지 못한다면 교육감은 결국 지역교육을 망하게 할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만이 대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낭비이며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정책인 것을 이젠 솔직히 인정하고 중단을 선언할 때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같이 하면 더 좋을 것이다. 누군가 먼저 하면 그가 가장 나라와 교육을 위한다 할 것이다.

무상급식 뿐만이 아니겠지만 선심성 공약을 위해 남발된 정책사업들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학생들은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한부모 또는 결손가정의 아이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학습결손으로 인해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과 학교폭력으로 피해받는 아이들이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발생된 재정결손으로 명예퇴직수당이 없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교사의 인건비 압박 등의 문제도 발생하겠지만 이러한 학생들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

2011년 8월 24일의 부끄러웠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루어진 이후 대한민국 교육은 완전히 선거판과 정치의 희생물이 되어버렸다. 표 하나를 더 얻기 위해 앞다투어 남발했던 공약이었음을 이제야말로 솔직히 인정하고 과감하게 중단하는 용기를 낼 때이다. 그러한 결단이 있을 때 교육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라는 볼쌍사나운 진영정치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간곡히 진언을 하는 바이다.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