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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태 꿈트리움 대표./사진=유경태 대표 페이스북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요즘 한국사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먹는 것'에 대한 표현이 풍부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먹부림', '먹킷리스트' 등 각종 신조어가 퍼지는가 하면 '먹방'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도 넘쳐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먹기라도 하면 해당 아이템은 대박을 친다. 가히 대한민국 전체를 '천하제일먹기대회'라고 칭할 법도 하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이 이와 같은 문화를 만들어냈고, 스타트업을 생겨나게 하기도 했다.
흔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공대를 졸업해 ICT 기술로 창업한 신생 회사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고정 관념을 깨고 간식계의 스타트업을 꾸려나가는 청년 사업가가 있다. '누룽지'로 사업 궤도에 올라 '누룽코인'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유경태 꿈트리움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 대표를 미디어펜이 만나 경영철학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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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애 담음./사진=꿈트리움 홈페이지 |
◇Q1. 꿈트리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A1. 사실 부모님께서 사기 피해 당한 걸 만회하고자 반강제로 시작했다. 교사셨던 부모님이 퇴임이 얼마 안 남았을때 지인이 사업 소개를 해왔다. 고소애가 미래식량이라고 꼬드겼고, (고소애를 못 팔면) 본인이 팔아주겠다고 했다. 의심과 분심이 들곤 했지만 '설마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냈는데 사기를 치겠나' 하는 생각에 모아둔 노후자금을 투자해 고소애(식용 밀웜) 설비를 차렸다.
일반적으로 고소애는 6개월 간 길러야 하는데, 번식력이 굉장히 좋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유지비도 덩달아 대폭 늘어나는데, 부모님께 사업을 제안했던 지인이 갑자기 잠수를 탔다.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나는 당시에 8~9년 간 서울에 살며 건국대학교 경영학부에 다니고 있었고, IT 창업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에 고향인 경남 진주로 내려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때 부모님께서 고향으로 내려와보라 했다. 상황을 보니 설비 투자에 부모님께서 2억~3억원을 투자했던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실제 설비엔 2000만~3000만원만 투자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부모님 지인이라던 그 사기꾼이 나머지를 먹고 나르는 소위 '먹튀'를 한 셈이다. 부모님께서 사기 피해 신고를 했으면 됐겠지만,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 없이 구두 계약으로만 사업을 벌이셨기 때문에 방도가 없었다. 일단 개체수가 늘어감에 따라 비용만 계속 들어가던 고소애를 내가 전부 다 죽였다.
그러고 나서 한 두달 쯤 지나니 부모님께서 나보고 고소애 사업을 진행해보라 하셨다. 원래 다녔던 회사가 건강기능식품회사이기도 했고, 고소애를 먹어보니 사업성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음식은 혀 뿐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맛보는 법이다.
또한 영양분만 살아있으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기도 해서 외관을 개량하기로 결심했다. 품종 개량이 아니라 쿠키·빵·뻥튀기·누룽지·과자·MSG에 첨가하는 분말형태 제품 등으로 꾸물거리는 벌레의 외관이 눈에 안보이게 했다. 당장 고소애를 취급하는 나 조차도 징그러워 하는데, 고객의 입장에선 더 한 느낌을 받을 것이 분명해보였기 때문이다.
사업의 목적? 그런 건 없었다. 하고 싶으면 하자는 생각이 지배했는데, 20대엔 평생 먹고 살기에뭐가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아무 이유 없이 휴학을 2년이나 했다. 남녀 동기들을 통틀어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경영학과에 입학했을 당시에 내 진로가 아닌 것 같았다. 대학교 정문 밖에는 예술이나 운동 등 경영학보다 재밌는게 많았다. 일평생 쭉 살건데 왜 진로가 확실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많은 걸 체험하고 싶어서 여러 일을 해봤다. 짧게나마 시중에 있는 웬만한 직군은 경험해본 것 같다.
결국 다 해보니 경영의 문제로 귀결되더라. 뭐든 진득하게 하려면 졸업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학을 반복하며 진로 고민도 많이 했다. 남자들은 군대 다녀오면 이르면 26~27살에 취업하는데 나는 25살에 여전히 학부 3학년으로, 남들에 비해 출발선이 불리했다. 나는 괜찮았는데, 일찍 취업한 친구들이 훈수를 둬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세상에 없던 것을 알리는 것을 했다. 그게 바로 국내 누룽지 특허 1호인 꿈트리움 사업이다.
식용 밀웜 고소애를 보면 다들 비명을 질렀는데,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더라. 이런 걸 파는 게 장사이며 사업이면 평생 해도 되겠다 싶어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니 꿈트리움 사업이 내가 하고싶었던 것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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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건국대학교 졸업 기념 사진 촬영에 임하는 유경태 꿈트리움 대표와 가족./사진=유경태 대표 |
◇Q2. 하고 많은 아이템들 중에 누룽지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A2. 맛있어서. 이게 전부다. 뭘 만들어도 내 판단의 처음과 마지막이 맞았다. 현재 한국 사회는 고령화 단계에 있다. 또한 시장에선 간편식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룽지를 과자형태로 잘만 꾸미면 10대에서 60대까지 사회 전 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먹여보고 피드백을 받았다. 돈 받고 팔거면 피드백이 필수니까 말이다. 평가가 좋았고, 그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누룽지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됐다.
◇Q3. 누룽지 제조사는 굉장히 많다. 꿈트리움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3. 고소애를 활용한 누룽지를 만드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 일반 쌀누룽지로는 제작해낼 수가 없다. 일반 누룽지로 하면 열판이 녹아서 기계를 못 쓴다. 우리는 시중 기계를 사와서 고소애 중심으로 열판 개조를 한다. 꿈트리움 고소애 누룽지를 입에 넣으면 갓 만든 느낌이 든다. 이를 위해 레시피 수정을 수천, 수백번 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선택을 할테니까 말이다.
꿈트리움 누룽지의 장점은 만들면 일반 과자처럼 바삭함이 있는데, 물에 넣고 끓이면 밥알이 그대로 살아난다는 점이다. 식감 유지 하면서 밥알 모양 살아나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직 제작 공정 중엔 기계화 못하는 부분도 있다.
고소애 누룽지 한 봉지에 대략 6000원 가량 하는데, 솔직히 우리 제품이 싼 가격에 팔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과정 없이 그저 비싸게 파는 건 소비자 기만이다.
◇Q4. 꿈트리온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출은 얼마나 되고, 어느 순간 가장 많이 뛰었는지 알고싶다. 또한 영업이익은 얼마나 되나?
◆A4. 이마트·홈플러스·GS수퍼마켓·롯데슈퍼·롯데마트, 그리고 롯데백화점까지 입점했을 때 매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롯데프리미엄푸드마켓에 입점했을 땐 매출이 10배 뛰었다. 사업 첫해인 2016년엔 월 2000만~3000만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사업 초기인 첫 2년간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1월·2월·8월·9월이 벌벌 떨리는 기간이다. 8월엔 경제기조 발표, 1월엔 신년사업계획 시행되는 '사업동결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이나 거래처 변동 가장 큰 시기다. 거래처가 많이 떨어져나가고 생기기도 하는데, 롯데 입점 직전에 4~5곳이 떨어져 나가거나 갑자기 유통을 못 맡겠다는 말을 해왔다. 갑자기 정말 알거지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유통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영업하고 제품 알리는 등 발품을 팔았다.
그런 와중에 롯데 영업부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잠실에 롯데프리미엄푸드마켓이 처음 생길 때 전시를 해보고, 판매 결과가 괜찮으면 계속 진행하고 아니면 바로 발 빼는 조건으로 입점을 시작했다. 예정 물량이 한 두 달 가량 걸릴 줄 알고 내놓은 게 2주일만에 완판됐다. 롯데측에선 굉장히 의아했을 것 같다. 여하간 잠실점을 시작으로 서초·방배·문정 등 롯데 계열사에 차례 차례 입점에 성공해 여기저기서 동시 다발적으로 판매하다보니 사업 규모가 엄청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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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애 쌀눈 단백칩./사진=꿈트리움 홈페이지 |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억~3억원 가량 됐다. 영업이익이 10억원 미만이어도 순이익이 이 정도 된다. 그런데 매출은 꾸준히 느는데 순이익은 조금 줄어든 듯 하지만 비슷하게 버는 것 같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일 평균 매출은 200만~300만원 수준이었는데,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 유머저장소에 꿈트리움 누룽지 광고를 집행했을 땐 일매출이 2400만원씩이나 됐다. 12배 '떡상'한 셈이다. 유머저장소의 관리자 김윾머의 언급 덕분에 간이사업자에서 탈출해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따냈고, 엄청난 부수효과가 생겨났다.
이후 꿈트리움 제품을 유통해보고싶다는 곳이 많아졌고, 입점제안이 연쇄적으로 들어왔다. 바이럴 마케팅이 잘 되면 이 같이 기회가 생겨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룽지 사업이 잘 큰 건 전적으로 유머저장소의 도움 덕이다.
◇Q5. 꿈트리움 같은 먹거리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5. 간단한 질문이다. 사업의 첫번째는 맛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것이 품질과 타협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성비가 잘 맞는 선 안에서 최적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
평생 업으로 삼을 것이라면 트렌드에 구애받지 말고 온전히 맛과 가격, 디자인 등 철저히 수요에 맞춰야 한다. 음식 사업의 정도는 없다. 건강기능식품이 몸에 좋으면 그만이듯, 무조건 맛있으면 된다는 게 내 철칙이다.
◇Q6. 모든 기업은 SWOT가 있기 마련인데, 꿈트리움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A6.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이다. 다수가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내 나름대로 가격에 대해 늘 고민하고 줄이고자 한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 건데 타사 고소애 제품군까지 포함하면 용량 대비 우리 꿈트리움 제품 만큼 싼 것도 없다. 맛도 가격도 좋은 가성비 최고의 제품이다.
사람들 일반인 기준 밥 대용으론 3끼정도는 나온다. 제조단가라는 게 있으니 소비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그래도 언제나 더 싸게 제공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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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애 쌀눈 단백칩 3종 세트./사진=꿈트리움 홈페이지 |
◇Q7. 앞으로의 제품 출시 계획은 어떠하며, 꿈트리움의 목표는 무엇인가? 또한 유경태 대표의 포부를 보여달라.
◆A7. 누룽지는 올해 8월부터 휴업 중이다. 설비도 정비에 들어가서 연말까지는 멈췄다. 좀 더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봐달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리고자 꿈트리움 제품을 수출할 것이고, 마케팅 없이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다. 제품을 더 맛있게, 원가 저렴하게 하는 등의 내실을 탄탄히 하다 보면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주문이 절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온 제품의 퀄리티가 괜찮고, 신규 거래처와 수출 판로는 대표인 내가 발품 팔면 다 뚫린다.
특별히 포부랄 건 없다. 정직하게 일해서 돈 벌자는 게 신조이기 때문에 그저 원재료 속이지 않고 노력해서 잘 만드는 게 목표다. 또한 고객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가격의 제품을 만들 것이다. 내 제품에 대해 한 점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Q8. 마지막으로 비슷한 사업체를 만든다는 사업가가 있다면 제언 부탁드린다.
◆A8. 뜯어말린다. 지금 같은 풍토에서 나와 비슷한 사업을 한다고 하면 적극 말리겠다. 사업하면서 친구, 나의 20대 시절 등 너무 많은 걸 잃었다. 어줍잖은 마음에 사업 시작했다간 패가망신한다. 20대에 빚더미 앉고 싶나? 그렇다면 사업해라. 비교대상이라는 게 지인들이다.
20대에는 주변에 유혹거리가 많다. 사회 초년생들과 있는데 돈이 많나? 술 마시고, 놀고,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그런 걸 병행하면서는 사업 성공 못한다. 독한 마음 먹지 않으면 망하는 게 사업이다.
개인 사업은 대출도 내 몫이고, 내가 잘하면 결과적으로 내 덕, 안 되면 내 탓이다. 사업 1~2년간은 공장과 영업에만 올인했다.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확신한다. 그때 사업 역량을 엄청나게 키운 듯 하다. 그만큼 고생해서 먹고 살만해져서 돈을 버니 다행이지, 사업이 잘 안 풀렸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 유경태 꿈트리움 대표
1990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 대아고등학교 졸업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학부 경영정보학과 졸업
꿈트리움·아워픽 대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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