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 투쟁’을 두고 당 일각에선 회의론이 나온다. 대여 투쟁 선봉장이어야 할 제1야당 대표가 결정적 승부수를 던지기는커녕 보여주기식 행보만 보여주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는 6개월여 뒤 치러질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도 맞물린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삭발 후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투쟁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삭발로 한국당이 보수 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앞서 ‘반조국 연대’를 띄운 황 대표가 실제 행동을 보임으로써 투쟁 동력을 결집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사상 야당 대표가 삭발까지 하면서 여권과 투쟁한 전례가 없다. 그만큼 황 대표의 삭발은 큰 결단”이라며 “기존 투쟁 방식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선 황 대표의 삭발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리더십 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한국당은 ‘조국 정국’이 여권 전반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도 민심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해 투쟁 전략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리더십 위기론도 대두했다.

삭발을 단행한 황 대표의 ‘넥스트 스텝’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당초 국회나 광화문 광장으로 거론되던 삭발식 장소가 청와대로 정해진 것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치적 승부수도 이날 던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당 대표가 삭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와대가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단식 등 여권이 반응할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당의 메시지가 보다 오른쪽에 쏠려 있는 우리공화당에 밀린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은 지난 9일 3시간여에 걸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광화문 천막 당사, 의원직 총사퇴 등 강도 높은 투쟁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광화문에 천막을 친 우리공화당이 ‘가짜 대통령은 물러나라’라고 외치는 상황에 ‘문 대통령은 사과하고, 조국은 물러나라’라는 황 대표의 메시지가 파급력을 얻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당 내부의 질책이 쏟아지는 것은 내년 총선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가 투쟁 전선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조 장관에 대한 성난 민심을 정권 심판론으로 가져가는 것 외에 야권의 총선 전략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