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화를 위해 규제책을 연일 쏟아낸 정부가 공동주택의 분양가 산정을 위한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1.04% 인상했다. 이르면 내달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이 적용된다면 비용 상승에 따라 분양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분양가 규제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일관성이 없는 행보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축비 인상 정책 실효성 여부와 건설업계 입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
|
|
▲ 서울 시내에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돼 있다./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분양가 인상 억제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의 기본형 건축비를 올리면서 분양가 인상 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는 분양가 상한제가 공공택지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이르면 내달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건축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전망돼서다.
18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5일 노무비와 건설자재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직전 고시(3월)보다 1.04% 올린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동주택의 공사비 증감요인 반영을 위해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매년 3월과 9월 기본형건축비를 조정한다. 최근 3년간 조정현황(전기 대비)을 보면, 2016년 3월과 9월 각각 2.14%와 1.67% 올랐고, 2017년에도 각각 2.39%와 2.14%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3월 2.65% 올랐으나 9월에는 0.53% 오르는 데 그쳤고, 올 3월에도 2.25% 상승했다.
정부의 이번 조정으로 기본형 건축비는 1㎡당 195만3000원에서 197만3000원으로 올랐다. 공급면적3.3㎡당 건축비는 644만5000원에서 655만1000원으로 10만6000원 인상됐다. 상승률로 보면 전년 동기(0.53%)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인상된 상한액은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적용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사용되는 잣대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토지비(감정평가)에 정부가 결정한 기본형 건축비, 건설업자의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시장가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통제해 물가관리, 사회통합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와 택지·건축비 가산비 등을 합산한 금액을 토대로 주변 시세를 고려해 결정된다. 이에 기본형 건축비가 오르는 만큼 분양가도 상승할 수 있다.
국토부는 최신 기술과 자재를 적용한 품질 좋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도록 기본형 건축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했으며 가산비를 통해 추가적 품질 향상에 따른 소용 비용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분양가격은 분양 가능성,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만큼 기본형 건축비 인상폭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도 이번 인상분이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첫째 주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책 발표 시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의 3.7배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7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올랐다.
업계에선 민간택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기본형 건축비 상승에 따라 분양가 인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분양가 통제를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허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기존 분양 단지의 5%까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 기본 건축비 인상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이 된다는 것. 84㎡(34평형)가 10억원에 분양했다면 10억5000만원까지 올릴 수 있는데 그 일대에 다음으로 분양하는 단지는 또 5%정도 인상시킬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도 건축비 인상이 적용된다면,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형 건축비에서 가산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비용 증가에 따른 분양가 책정이 이뤄질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이 오른다고 해서 실제 분양가격이 그만큼 인상되는 것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경쟁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한다고 볼 때 집값 상승폭이 큰 지역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는 공시지가를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하는데 정부가 공시지가를 인상하고 있다. 올해 서울 강남구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3%로 8월 기준 서울 분양가 상승률(20%)을 웃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강남구 공시지가 인상률과 분양가 상승률이 비슷해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따른 분양가 인상 억제 실효성이 미미할 수 있다고 관측된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