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일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면서다. 특히 한국당은 대여 규탄 메시지를 전하는 주된 장소로 청와대 주변을 고르고 있다.

한국당은 18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가졌다. 통상 국회 안 회의실에서 열리는 일정이다. 황교안 대표는 “우리가 이곳에서 회의를 여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민심 역주행을 규탄하고,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전하기 위해서”라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황 대표는 우선 “지금 문 대통령은 현실 인식부터 국정 운영까지, 우리 국민과 전혀 다른 세상에 혼자 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그저께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나”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도 힘들다고 더 절규하는데, 이게 우리 경제의 올바른 방향인가”라고 물었다.

황 대표는 또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에 대해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올해 열 번이나 미사일과 방사포를 쐈다”며 “한미동맹 무너뜨리고, 한미일 공조를 깨뜨린 게 뚜렷한 성과인가.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오만방자한 외교·안보라인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조 장관 관련 비리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황 대표는 “검찰의 계속된 수사로 조국과 그 일가의 비리, 정권 실세의 권력형 비리까지 낱낱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조국이 직접 증거 인멸 범죄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조국을 파면해 수사 외압과 수사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며 “국민의 분노와 저항의 불길이 청와대 담장을 넘기 전에 잘못된 꿈에서 깨어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직후엔 당내 중진인 이주영·심재철 의원의 삭발식도 진행됐다. 지난 16일 황 대표, 전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청와대 앞 삭발식에 이어서다. 중진 의원들의 삭발식 이후엔 차명진 전 의원도 같은 장소에서 삭발했다. 지난 11일 박인숙 의원의 삭발을 시작으로 한국당에선 지금까지 총 7명의 전·현직 의원이 삭발 릴레이에 동참했다. 그중 5명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한 셈이 됐다.

이처럼 한국당이 청와대 앞을 ‘전장(戰場)’으로 택한 것은 투쟁의 칼끝이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성난 민심을 청와대로 향하게 하려는 의도임은 물론 정권 교체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때 열린 수차례 장외집회가 청와대 행진으로 마무리된 점이나 황 대표의 삭발식 장소가 당초 거론되던 국회나 광화문 광장이 아닌 청와대 앞으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탄핵으로 정권을 넘겨줬다는 점에서 그 반발심이 작용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근래 문 대통령 탄핵 주장이 한국당 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점과 맥이 닿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천막을 치든 농성을 하든, 그 자체만으로 실제 청와대 안 분위기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대신 이러한 모습이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핵심이다. 청와대도 이 부분만큼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