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혁신성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번영에도 성공하지 못한다. 규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혁신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이라는 단어는 정부 부처 회의 테이블의 주요 메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이후 기술자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공유경제’ 등 새로운 산업 프레임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잣대가 신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모두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6일(현지시간) 개막한 독일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9’를 찾은 관람객들이 ‘갤럭시폴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그러나 현장에서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규제개혁체감도’ 조사를 살펴보면 성과에 대해서는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 등 정부의 노력이 있었지만 올해 규제개혁체감도는 되레 지난해(97.2) 보다 3.1포인트 하락한 94.1로 나타났다. 기업이 체감할 만한 규제개혁 성과가 미흡하고, 정권 초반에 가졌던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규제개혁체감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투자가 무산·지체되고 신산업 진출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로 인한 투자계획 무산·지체를 경험한 기업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7.2%로 늘었다. 신산업 진출에 곤란을 겪는 기업 역시 6.4%에서 8.2%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규제개혁’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거론했다. 대통령과 총리도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규제개혁’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규제개혁’이란 단어가 알맹이 없는 ‘말잔치’에 그쳤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규제’를 우선 개혁해야 할 분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대기업차별규제가 47개 법령에 188개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최근에 나왔다. 기업의 성장해 몸집이 커질수록 걸림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규제가 켜켜이 쌓이면서 대기업들은 고민이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여러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새로운 판을 깔기도 힘든 상황에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융·복합을 통해 신사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연구개발(R&D)과 인프라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대기업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규제의 벽을 쌓는 것은 우리 산업에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등 과거의 낡은 규제가 현 상황에 적합한지도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회의 테이블에서 만들어지는 정책 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실질적인 대안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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