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고대영, 류근일 등 동참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관련된 의혹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전현직 언론인들이 자발적으로 조 장관 사퇴 서명운동에 나섰다. 

23일 전현직 언론인들은 선언문을 발표해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우리 언론인들은 대한민국의 도덕적 타락과 정신적 붕괴 위기를 목도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문재인 정권의 양심과 이성 회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 언론계가 현 정권의 언론 장악 기도에 맞서 권력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평가하며, 아직도 진영 논리와 이중 잣대로 권력자의 비리 의혹을 가리려 애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일부 언론 행태에 대해 준엄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선언에는 김장겸 전 MBC 사장을 비롯해 고대영 전 KBS 사장,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 외 150여명이 참여했다. 다음은 언론인 선언 전문이다.

   
▲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언론인 선언] 조국 장관의 사퇴와 문재인 정권의 양심과 이성 회복을 요구한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우리 언론인들은 대한민국의 도덕적 타락과 정신적 붕괴 위기를 목도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문재인 정권의 양심과 이성 회복을 요구한다.

일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이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건전한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만용에 가득 찬 권력의 횡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권이 조국 장관을 하루빨리 사퇴시키지 않고 법위에 군림하려 할 경우 거센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언론인들도 분연히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검찰 수사로 밝혀지고 있는 조국 가족의 입시 비리 의혹은, 드러난 것만으로도 밤을 새며 공부했던 우리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

딸의 제1 저자 의학 논문 취소 사태와 대학 총장 표창상 위조 수사로 이어지면서 정의를 부르짖던 조국 장관 가족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데도 조국 장관은 염치 마저 잊은 모습이다.

그가 과연 오랫동안 정의의 수호자요 약자의 대변인처럼 행세해온 사람이 맞는 건지 국민은 허탈해 할 뿐이다.

특히 그가 인사청문회 전후에 공언한 말들은 속속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의 말과 다르게 딸의 의학논문은 입학을 위해 대학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고, 증거 인멸을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 교체 작업 시 그가 버젓이 집에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는 의학 논문, 총장상, 사모펀드, 장학금 등 등 온갖 의혹에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러나 이미 기소된 그의 부인과 그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서 그는 자신의 주장대로 모든 범법 행위를 부인 탓으로 주장할 것이 뻔하다.

부부는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생활 공동체’이자 ‘운명 공동체’가 아닌가.

설사 법망을 피해 모든 것을 부인의 탓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어떻게 도덕과 윤리 문제에 부부 간 분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아연 실색할 뿐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질서를 수호하는 직책이다.

일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성 마저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이 맡을 자리가 아니다.

조국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거론하며 사실상 검찰 수사팀을 압박했다.

그는 또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고 ‘권력의 충견’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이중 잣대와 진영논리로 쏟아 냈던 그의 과거 발언들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을 포함한 일가족이 수사 대상인 사람이 개혁을 외친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조국 장관이 취임한 직후 법무부는 훈령을 바꿔 피의사실 언론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그가 그렇게 강조하던 ‘국민의 알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해 판결이 날 때까지 국민은 아무리 궁금해도 모르고 기다리라는 것인지 아직 답이 없다.

나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한민국 역동성의 원천이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던가 거짓인 것으로 판명되면 사회 발전은 멈추게 된다.

이미 잘못이 드러난 사람이 자신의 범법 행위를 밝히려는 사람을 징치하면 법치가 마비된다. 법치주의는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이행하는 징검다리였다.

조국 장관 가족의 일탈이 그의 가족 만의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와 진영 논리로 그와 그의 가족의 비리 의혹이 묻히고 제멋대로 권력을 행사하도록 놔둔다면, 앞으로 우리는 반칙을 저질러서라도 이익 부터 챙기는 정글의 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규범이 흔들리고 가치 혼란에 빠진 국가는 이미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현재의 기성세대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미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데도 진영 논리로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인들은 문재인 정권이 지금이라도 양심과 이성을 회복해 사태를 수습할 것을 호소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언론계가 현 정권의 언론 장악 기도에 맞서 권력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평가하며, 아직도 진영 논리와 이중 잣대로 권력자의 비리 의혹을 가리려 애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일부 언론 행태에 대해 준엄히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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