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동안 주춤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재개되면서 삼성 관련사들은 또 다시 수사 압박의 틀에 갇히게 됐다. 또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너리스크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는 ‘분식 회계’에서 시작됐음에도 ‘승계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식 회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승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이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23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을 압수수색해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의할 당시 판단 근거가 된 보고서 등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사들과 KCC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당시 KCC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며 찬성표를 던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재개된 검찰의 수사의 칼끝이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분식 회계가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향한 수사가 종착점을 향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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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
하지만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수사를 감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분식회계 의혹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변경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번복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없음”으로 판단됐던 회계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뀌면서 해당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 2015년 5월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보다 1년 앞서 이루어졌다. 때문에 시점 상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정당성을 얻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주식 가치를 확대했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연관이 있다고 보고 끊임없이 추궁해왔다. 검찰 역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은 지난 3년여 동안 고유 업무 보다 ‘검찰 소환 조사’와 ‘구속 가능성’에 대비하는데 전력을 쏟아왔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계열사들 간의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사업지원TF 소속 임원들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사실상 해당 부서의 업무가 중단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오랫동안 검찰 수사에 시달려 왔다”며 “현재 사업지원TF도 힘을 못쓰고 있고, 이 부회장도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삼성이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 유지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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