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적개심 육두문자 난무, 무리한 수사 기소권 요구, 민심 싸늘 직시를

   
▲ 성준경 정치평론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들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본인의 생명과도 바꿀 수 없었던 자녀와 부모, 배우자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그 참담한 슬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와 마음의 연대를 표합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고자 서신을 올리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서신은 현재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요구함으로써 현 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단원고 유가족’ 분들에게 드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국민들은 유가족들의 편에서 고통과 분노를 나누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40일째가 다 되어 갑니다. 참사 이후 국민들은 유가족만큼은 못하겠지만 국민장을 지내듯 고통과 슬픔에 동참했습니다. 또한 절망하는 유가족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고, 삼가하며 근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팽목항으로 달려가 유가족들의 손과 발 역할을 묵묵히 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정부의 무능에 대해서 정파를 떠나 유가족들과 똑같은 심정으로 통분했습니다. 정부는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때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의식하지 말고 국민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은 감동했습니다. 자신들의 형언 못할 고통과 슬픔을 공동체에 대한 배려로 용해시킨 대인 같은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단원고 유가족! 싸늘한 민심, 수사권·기소권 불가에 대해 직시해야 합니다.

다수 국민들은 단원고 유족들의 수사권·기소권 요구로 인한 여야의 가파른 세월호 대치 정국을 보면서 공유하던 그 슬픔을 거두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민심이 돌아서고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단원고 유가족들의 모습이 국민 이성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현재 투영되고 있는데서 기인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단원고 유가족들이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 합리적 이성을 결한 행태로 정국을 벼랑 끝 대치정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비친 단원고 유가족들의 모습은 '유민아빠' 김영오 씨 경우에서 보듯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에 기인한 이글거리는 적개심만 보일 뿐입니다.

집권세력을 두둔하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김영오 씨를 필두로 한 단원고 유족들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지금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에 대한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유가족의 뜻이 대폭 반영된 내용으로 보이는 야당 대표의 재협상 안을 적과의 동침이라 질타하고 단칼에 파기시켜 버렸습니다.

지금 유족들은 본인들이 주축이 된 ‘세월호 진상조사 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달라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대통령과의 대화를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단식 등 각종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길을 막는 경찰을 향해 폭언을 퍼붓고 있습니다.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대화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해 항복을 받고자 하는 비이성적인 운동권식 정치행위일 뿐입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의 과도한 요구와 집착으로 민심이 급속도로 돌아서고 있다. 참사 초기에 국민적 동정심과 애도의 물결도 이제 싸늘해지고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력구제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며, 형법체계를 흔드는 위법적 발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오 등 단원고 학생 희생자 유가족에 쩔쩔 매고 있다. 정치가 단원고 학부모들에 의해 꽉 막혔다. 민생법안 통과가 올스톱됐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유민아빠 김영오가 단식을 하다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김영오는 단식을 풀었다.

단원고 유족들 스스로가 본인들이 주장하는 수사권·기소권 요구가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웅변(雄辯)하고 있습니다. 국가 법체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여당과 다수 법조인들의 견해를 논외로 하고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당사자들인 유가족들이 현재 표출하고 있는 증오와 적개심은 합리적 이성의 지배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이런 모습은 수사권·기소권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면 법에 따른 냉철한 이성에 의한 판단보다는 합법화 된 공간에서 보복적 관점에서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개연성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왜 형법이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적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이 될 것입니다. 법은 피해자의 보복적 한풀이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족들에게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국가공동체에 대한 배려,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지금 국회는 수개월 째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및 단원고 유가족들의 강경대립으로 식물국회 상태입니다. 유가족들이 내세우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할 유병언 법, 김영란 법 등 세월호 참사의 요인이 되었던 대한민국의 적폐 청산을 위한 기본적인 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 관련 법안 등 수많은 시급한 민생법안이 지금 방치 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 위에 문제인 의원이 있고, 문재인 의원 위에 상왕 김영오 씨와 단원고 유가족들이 있다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유족들에 대해서 이전의 시린 아픔과 눈물의 시선보다는 어느 순간 한국 정치권을 주무르는 새로운 권력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원고 유가족들의 주변은 한미 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등에서 전문 단골 시위대로 국가근간을 지속적으로 흔들고 부정한 254개 좌파 시민단체 세력 등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혹 이들이 유족들의 강경 노선을 견인하지 않나 하는 국민적 우려가 큽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장기화 된 세월호 정국의 여파로 인해 심장이 멈추어 가고 있고, 추석을 앞둔 민생은 다 죽는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대한민국은 세월호 유가족만의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 각자가 살기위해 생업을 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이를 뒷받침하는 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국가는 글로벌 경제전쟁 속에서 도태당하지 않기 위해 내일을 향해 달려야 합니다.

가톨릭 염수정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 스님 등 각계 지도자들은 세월호 참사는 이제 유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국가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권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되고, 유가족들도 한 발 양보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보학자 한상진 교수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문제의 핵심으로 거론되면, 유가족에 대한 민심이 더 꼬이게 된다며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 종교 지도자들과 진보학자들이 유가족들에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집권세력의 편에 서서 이런 제안을 하겠습니까? 이는 유가족 주변에 포진해 갈등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전문 장외 운동세력 및 야당 강경세력들에게 둘러싸여 민생과 대치되는 방향 속에서 국민과 유리되어 가는 유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충언에서 기인합니다. 아울러 세월호에 갇혀 국가와 민생 경제의 고동이 멈추는 데 따른 노심초사(勞心焦思)의 발로 때문일 것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진상규명은 명확하게 됩니다. 여야가 만든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 대로 특검 주도하에 진상규명을 한 뒤에 미흡하다면, 그 때 민심은 유가족 편에 설 것입니다. 이 때 진상규명에 대한 강도 높은 여론의 요구에 정치권은 직면할 것이며 종국에는 진실에 입각한 결론이 날 것입니다.

사안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단원고 유가족들이 수사권·기소권에만 매몰되어 지금과 같이 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잡는 벼랑 끝 투쟁을 지속한다면 민심은 회복불능의 얼음장이 될 것입니다. 국가적 대참사 앞에서 국민과 유가족의 치유불가의 간극이 벌어진다면 이는 비극입니다.

특정 진영논리에 의거함이 아닌 단원고 유가족과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고자 고언을 드렸습니다. 유가족들의 대승적 결단을 고대합니다. /성준경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