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갈등 무능력 사태 악화, 시류제재로 감독당국 추락시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시장의 이름으로 ‘해임권고’한다. KB금융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신뢰와 위상을 추락시켰다. 시장은 그를 불신임했다. 무원칙과 무능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공직자가 지켜야 할 법치와 법규를 통한 감독을 팽개치고, 여론과 권력의 기류를 살피는 데 급급했다. 시류감독, 여론감독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감정과 오기로 피감기관을 괴롭히는 감독기관 수장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한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국내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당초 중징계결정을 경징계로 바꾼 것을 2주이상 결재를 미뤘다. 질질 끌다가 돌연 보복성 중징계로 번복시켰다. 최원장은 시장에서 문책적 경고수준을 넘어 ‘해임권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았다.

최원장이 KB금융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너무나 후진적이었다. 자신은 줄곧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정작 KB금융사태가 확대되는 동안 수수방관하다가 사태를 키웠다. KB금융 문제는 초기에 대응했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지주 임영록회장과 KB국민은행 이건호행장을 비공식적으로 불러서 경고 한마디 했으면 해결됐을 사안이었다.

최원장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됐다. 부원장급을 보내 임과 이 두사람에게 “단디해라”메시지를 전달했으면 됐다. 금융감독 역대 최고의 수장으로 평가받는 이헌재 전금감위원 같은 고수라면 선제적으로, 그리고 조용히 분쟁을 조정했을 것이다.

이번 사안이 피감기관 최고경영자를 중징계할 정도였는지 의문이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임과 이 모두 리더십상의 문제는 있지만, 주전산기 교체문제와 카드정보유출, 도쿄지점 부당 불법 대출 등과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재심의위의 결정대로 경징계사안에 불과하다. 주전산기 교체 갈등의 경우 임영록회장의 위법, 위규사항은 없었다. 지주사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벌였다고 문책적 경고를 내린 것은 금감원장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 최수현 금감원장은 KB금융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능 무능력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감독수장으로서 리더십에 한계를 보였다.

금감원은 최원장의 지시대로 무턱대고 처음부터 임영록회장과 이건호행장을 중징계통보하고 억지로 짜맞추기식의 검사를 벌였다. 임회장에게 적용된 카드정보 공유문제를 보자. 금융지주법상 은행과 카드사 등 계열사간에는 카드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드분사시 이같은 정보공유에 대해 당시 금감원은 하등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런데 억지 제재사유를 찾으려고 했다. 카드정보 공유에 제한을 두고 있는 신용정보법을 적용해서 임회장에 대해 올가미를 씌웠다. 오죽하면 감사원이 금감원의 억지 제재 방침에 대해 법규를 제대로 적용하라고 훈수를 줬겠는가?

최원장은 KB금융내분의 핵심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기종으로 전환하는 것은 한국금융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현재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한국IBM과 결별하고, 유닉스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금융회사들은 IBM에 대한 포비아가 있다. IBM은 한국은행을 봉으로 취급했다. 오랫동안 주전산기시스템을 독점공급하면서 온갖 횡포를 부렸다고 한다. 일단 IBM의 시스템을 채용하는 순간 노예 취급당했다. 일단 노예가 되면 운영유지비등에서 후려쳐갔다고 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농협등이 슈퍼갑질을 하는 IBM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유닉스기종으로 전환했다.

유닉스 기종은 여러 IT솔류션기업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설비와 유지보수비를 최대한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경기불황으로 부실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용절감과 수익성제고는 은행들에겐 생존의 문제로 대두했다.

KB금융지주와 은행도 IBM의 횡포를 절감하고, 유닉스교체를 추진했다. 처음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시스템 교체상의 리스크를 우려했다. IBM측에 우선협상권을 주기도 했다. 처음엔 IBM이 콧방귀도 안뀌다가 유닉스시스템교체를 위한 절차에 돌입하자 다급하게 매달렸다. (일각에선 유닉스가 특정업체인 것으로 착각한다. 금융감독 관료들도 유닉스가 업체인 줄로 인식했다. 언론들도 임회장과 금융지주가 유닉스로부터 로비를 받아 주전산기 교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웃지못할 코미디였다.)

KB금융에선 유닉스로 전환키로 하고, HP, 오라클, IBM 등을 대상으로 입찰경쟁을 벌이기로 했다. 시스템교체를 위해 벤치마크테스트(BMT)도 수개월간 실시했다. 주전산기에서 우선협상을 거부했던 IBM도 참여해서 BMT를 했다. 테스트과정에서 이들 유닉스참여업체들은 시스템에 이상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건호행장은 벤치마크테스트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돌연 황당한 주장을 했다. 금융지주 전산담당 간부들을 검찰에 고발한 소장에 보면, 유닉스 성능 실험과정에서 1700여회의 에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면 마치 거대한 부실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은 하등 문제가 안된다. 수천건, 아니 수만건 나오더라도 시스템교체이후엔 아무 이상이 없다면 문제삼을 게 못된다.

이미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등은 유닉스시스템으로 전환해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는가? 시스템이 훌륭하게 작동중이다. 이행장이 이를 문제삼은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었다. 의도적으로 임회장을 공격하고 흠집을 내려는 불순한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다급해진 IBM은 한국IBM대표를 통해 이건호행장에게 사적인 메일을 보내 매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승부를 벌여 LG가 이겼다. 그런데 경기 후에 두산이 인정할 수 없다며 다시하자고 하는 격이다. IBM은 KB금융마저 놓칠 경우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절박한 위기에 몰렸다. 이행장에게 2000억원미만으로 싸게 해주겠다고 했다.

이것은 사실상 속임수였다. IBM이 제시한 가격은 스토리지 등을 제외한 가격에 불과했다. 시스템전체 가격을 감안하면 2000억원대로 유닉스와 하등 가격차이가 없다. 한국IBM이 사기성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한국IBM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공정위 조사를 통해 명백히 가려졌으면 한다.

이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는 한국IBM의 사기성 저가 제안을 보고 돌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회장과 금융지주, 은행 이사진들간에 거대한 흑막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서 금감원에 고발했다. 이건호행장은 행장 취임하자마자 IBM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행장이 IBM논리에 쉽게 동조할 수 있는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때는 국민은행이 이행장과 이사진이 충분한 사전검토와 BMT를 거쳐 유닉스기종으로 전환키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행장도 행내 스티어링회의와 경영협의회, 이사회에서 토론을 벌였다. 이사회에서 표결을 통해 유닉스기종으로 변경키로 확정했다. 이행장도 이를 추인했다. 이행장이 이사회결정사항을 번복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는 행태다. 조직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자세다.

KB금융이 유닉스기종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한국금융회사들의 탈IBM자주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평가해야 한다. 최 원장은 감독기관 수장이라면 이런 측면을 간과해선 안된다. 금융회사들이 IBM의 횡포에서 벗어나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유닉스기종으로 변경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 최소한 발목이라도 잡지 말아야 한다.

최원장의 마지막 잘못은 문책경고를 내렸으면서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다. 굳이 임영록 회장을 퇴진시키려면 해임권고를 해야 한다. 문책경고는 연임에 제한을 받는 징계수위에 해당한다. 남은 임기를 채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문책적 경고와 해임권고의 의미를 다시금 공부하기 바란다. 문책적 경고를 내려놓고, 물러나라고 겁박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최원장은 이제 진퇴를 고민해야 한다. 능력에 부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감독당국의 신뢰를 추락시키는것은 한국금융산업 발전과 거시건전성 감독에 장애가 될 뿐이다. 금융감독과 정책부서에서 제대로 일한 경험이 없다. 박근혜정부 권력실세에 줄대 낙하산타고 왔다는 의혹이 널리 퍼져 있다. 금융인들은 그가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대충 알고 있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