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수 축소, 개점휴업 정상화, 다수결 룰 정착돼야

   
▲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이쯤되면 국회망국이란 표현도 과하지 않다. 세월호 사태에 발이 묶인 국회는 지난 넉 달 동안 단 한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빈사상태에 빠져있다. 민생법안들이 국회에 무더기로 발목이 잡혀 있는데도 장외투쟁을 하는 야당이나, 이를 수수방관하는 여당이나 유유자적하기는 매한가지다. 이 기간 국회가 재빠르게 움직인 유일한 일은 동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일뿐이었다.

 '국민알기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이라는 공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국회가 오늘날처럼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지경에 이른 데는 선출된 권력에 대한 권위를 너무 실어준 나머지 국민들 스스로가 저들을 제어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을 소홀히 한 원인이 크다. 더 늦기 전에 국회를 견제할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호하는데 기여한 바 있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된 오늘에 와서는 이로 인한 폐해가 오히려 심각한 상황이다.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은 죄를 지으면 수사를 받고 거짓말이나 타인의 명예훼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데, 국회의원들은 비리를 저질러도 거짓폭로로 나라를 흔들어도 책임질 일이 없다.

특권이 당연한 것이 되고 이러다보니 개선의 여지없이 구태는 반복된다. 여론이 따가울 때 마다 윤리특위를 통해 자정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1991년 윤리특위가 생긴 이래 제대로 된 징계한 번 내려진 적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한심한 수준이다.

   
▲ 국회에 있어야 할 새민련의원들이 장외정치, 광화문정치, 거리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임무를 방기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의원수를 대폭 줄이고, 불체포 특권등 각종 특권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파행기간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세비를 환수해야 한다. 개점휴업관행도 끊어야 한다. 국민이 국회를 견제해야 한다. 새민련 문재인의원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일 때 박영선 원내대표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다. 국회의원 300명 세비, 9명 보좌진 급여, 사무실 유지비 등 모든 것이 국민 세금이다. 의원회관을 증축하고 손님맞이에 쓰겠다며 대형 한옥을 짓는데도 엄청난 혈세가 쓰였다. 세금으로 국회의원 연금을 주자는 헌정회육성법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정부의 예산안은 국회의 통제를 받지만 국회가 스스로를 위해서 쓰는 돈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면 그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이런 구조로는 국회가 알아서 비용을 줄일 아무런 유인이 없다. 국회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의 고비용 구조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 수의 하한만을 정해 놓고 있어 법률로 얼마든지 의석수를 늘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차제에 헌법에 규정된 200명 하한선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고질적인 개점휴업 국회도 바로 잡아야 한다. 어느 사회에나 갈등과 대립은 있게 마련이다. 이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라고 있는 곳이 국회다. 국회에는 대화하고 타협하다가 결론은 다수결로 내린다는 룰이 작동해야 한다. 이 기본질서가 무너지면 국회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는 구실밖에는 할 수가 없다. 국회가 연일 장기파행의 기록을 갱신하다보니 법안심사도, 예결산 심사도 졸속으로 흐르게 된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고 연말에 무더기로 법안들이 통과되는 일이 반복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국회에 적용토록 해야 한다. 파행기간 동안에는 세비를 받을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거리를 전전하지 않고 국회로 돌아오게 하는데 경제적 강제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책의 구체적 실현은 결국 법에 의해 가능하다. 입법부인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고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국회의 개혁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는 이유다.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고 오랜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들의 각성만을 촉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에 나설 때가 되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