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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직원이 중국 후베이 우한에 있는 바오우철강 용광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중국 철강사들의 대규모 합병 소식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이 반기는 모양새다. 가격인상과 수요·공급 안정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톤당 80달러까지 하락했던 철광석 가격이 이달 다시 90달러대로 안정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점도 4분기 철강 수요 회복에 기대를 돋군다.
26일 증권업계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4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각기 1조930억원, 243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료가격 급등 등이 악재로 작용했던 2분기 실적 대비 각각 36%, 4% 증가한 수치다.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제품가격 인상과 수요·공급 안정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철강사들의 인수합병이 재개되면서 공급통제를 통한 감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난립한 자국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해 조강 생산량을 매년 1억5000만톤씩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 조강 생산량 중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 고로(용광로) 업체인 보산철강과 중국 내 9위 마강그룹은 지난 16일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마강그룹은 지난 6월 세계 2위 철강사 중국 바오우철강그룹과도 합병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세계 4위 허베이강철그룹과 서우두강철의 합병, 세계 7위 안산강철그룹과 번시강철의 합병이 논의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대형 철강사가 나오면 상위 업체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중국 정부의 수급 균형 통제력이 높아지고 중국내수 가격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며 “중국 대형 철강사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의 고급강제 가격 유지 압력도 더불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철강업계는 중국에서 조강 생산이 줄지 않고 인프라 중심의 건설 투자가 둔화하면서 공급과잉 상태를 나타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1~8월 누적 조강생산량은 6억6487톤으로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
여기에 미중 경제전쟁이 장기화하며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가는 지난해 대비 반토막났다. 지난해 1월 장중 40만원까지 뛰었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23만원으로 떨어졌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5월 장중 7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이다.
중국 철강사의 대규모 합병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과 함께 철광석 가격이 반등하는 점도 4분기 실적회복에 힘을 싣는다. 철광석은 올초 톤당 70달러에서 2분기 120달러를 돌파하고 7·8월 다시 80달러까지 하락했다. 철광석 공급이 안정화되며 가격도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달 다시 90달러대로 반등한 가격과 성수기가 맞물리며 4분기 철강 수요 회복 기대감이 높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을 제외한 글로벌 업체들이 내년까지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잡지 않아 중국 철강사들의 합병이 잇따르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가격 교란이 줄어들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도 다시 안정화되며 조선업계와의 차강판 등 각종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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