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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농장 축사 [사진=대한한돈협회 제공]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내를 휩쓸고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경로와 관련, 북한에서 넘어왔을 개연성이 크지만, 남북간 방역협조가 되지 않고 당국의 역학조사가 지연되고 있어 '감염경로 확인'이 되지 않자,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필자와 만난 한 지인은 정치.경제 정보에 기민한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이번 돼지열병은 북한에서 온 것이라며,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파문을 '물타기'하기 위해 북한이 남한 정권과의 교감 하에 바이러스 오염물질들을 풍선에 매달아 내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괴담'의 출처에 대해 캐묻자 모 핵심 부처라며, "정권이 바뀌면 확인될 문제"라고 만 언급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 확인 불가능한 가짜뉴스는 필자가 접한 돼지열병 관련 루머의 '결정판'이다.
정부도 최초 감염원의 출처는 북한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있지만, 우리측의 거듭된 방역 협력 요청에도 북한은 불응하고 있다.
감염경로를 밝히기 위한 정부의 역학조사는 하염 없이 길어지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6개월이나 걸린다는데, 최초 발병 후 이제 겨우 열흘 남짓 지났을 뿐이다.
발병 원인도 모르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몸으로 때우는 '깜깜이 방역'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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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지도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정황 상 감염경로는 북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공기전파가 되지 않고 감염원과의 '직접적 접촉'에 의해서만 전염된다. 오염된 축산물이나 야생멧돼지, 사체 및 분변 등을 접촉해야만 감염된다는 것.
하지만 발병 농장 사람들이 최근 해외에 나간 적도 없고, 음식물을 돼지에 먹이지도 않았으며, 울타리 때문에 야생멧돼지가 들어올 수도 없다.
최초 발생 농장인 경기도 파주의 돼지농장이 북한과 인접한 한강하구와 2~3km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북한이 진원지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지역에는 야생 및 사육 돼지의 이동을 막을 철책선이 없고, 돼지는 지방질이 많은 신체구조상 물에 잘 뜨고 헤엄을 잘 치며, 최근 잇단 태풍으로 북한에서 돼지열병으로 죽은 사체나 분변, 오염된 음식물 등이 흘러내려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넘어오는 철새나 곤충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방역 당국은 그럴 확률은 낮게 보고 있다.
필자가 추정하자면, 최초 발생 농장은 북한이 감염원이고, 2~4차 발병 농장들은 최초 농장과의 '역학관계', 즉 이 농장들을 함께 드나들었던 사료나 가축분뇨 등 축산 관련 차량들에 의해 옮겨졌으며, 인천시 강화도의 농장들은 다시 북한이 진원지일 가능성이 있다.
2차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과 4차 발생 파주 농가도 북한과 가깝다고 하지만, 물은 거꾸로 흐르지 않고, 철새나 곤충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인 강화도에 돼지열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까지 확진판정 9건 중 5건이 강화에 집중돼 있으며, 23일 5차 확진 이후는 모두 강화도 내에서만 발병됐다. 강화는 파주보다도 더 한강 하류다.
강화는 섬이라는 특성상, 한번 발병하면 '창궐'하기 더 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육지로의 확산을 막기에는 더 용이하다는 점이다.
육지에서는 발병지역인 파주와 연천 및 김포와 인접한 고양, 양주, 동두천, 인천시 및 부천 등이 '마지노선'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의 '바로 옆 동네'로, 더 이상 경기북부가 아니다.
양주의 경우, 이미 2~3건의 의심사례가 나왔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제는 돼지열병이 더 이상 축산방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재난사태'로 규정, 여야 구분 없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민간 농업연구기관 굿파머스의 조충희 연구위원은 "차단방역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 방역기관의 책임감 있는 대응과 전 국민의 단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초기 대응에서 성공, 돼지열병의 확산을 막은 세계 최초의 국가로 자리매김해, 한국양돈업계의 자존심과 신의를 지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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