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미국이 차례로 북미 실무협상을 연다고 밝히면서 북한은 장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은 날짜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북미 쌍방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측 대표들은 북미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부상은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과 동남아의 제3국, 판문점과 평양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1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성명을 내고 “미국과 북한 관리들이 앞으로 1주일 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회담에 대해 공유할 추가 세부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날짜도 장소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날짜를 못 박았지만 미국은 날짜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물밑조율이 완벽하게 종료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날짜를 정하고, 장소는 미국이 정하기로 했으나 미국이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수 있다.
또 미국이 곧바로 실무협상 날짜와 장소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에서 의제 조율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발표하며 4일에 예비접촉을 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이번 실무협상을 북한이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으로 들고 나와야 한다고 수차례 반복하면서 체제안전과 제재완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나 기조연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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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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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미 실무협상이 두차례에 걸쳐 예상한 시기를 넘긴 것을 볼 때에도 북미 양측간 의제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던 중 북한이 이번에 선제적으로 실무협상을 발표한 것은 북한의 ‘연내 계획’ 실행 착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을 통해 북미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못 박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예고한 바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지 여부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결정지으려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탄핵의 위기에서 국면 전환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5일 실무협상 합의’를 발표한 다음날인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시험한 것은 실무협상 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합참의 발표를 보면 잠수함 발사용인 ‘북극성 3형’으로 보인다”며 “고도가 910여㎞, 거리 450여㎞로 고각발사한 것으로 보이고, 정상 발사했다면 1500~2000㎞ 날아갔을 것으로 보여 중거리 전략탄도미사일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과 실무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그동안 시험발사해오던 단거리발사체가 아닌 SLBM을 발사한 것은 비핵화 범위를 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안전과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주고받는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한편, 최근 미국도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가 나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더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강조하고 나서 앞으로 북한 비핵화 범위를 어떻게 제시할지 또 그에 대한 상응조치는 무엇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해임한 상황에서 미국이 하노이회담 때처럼 강경 모드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 한미훈련 축소의 경우 합의문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구두로 합의한 것처럼 대북제재 완화 문제도 조건부로 논의되거나 구두로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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