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곳중 6곳 성적우수학교, 세화는 최상위 명문, 숭문 중앙 경희 신일 수능성적 상승률 1~5위

   
▲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 결과가 교육부의 협의 반려 입장과 학부모들의 교육감 퇴진시위로 도마에 오르자 한 언론이 ‘자사고 6곳에 포위된 일반고의 몰락’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유명 학교법인을 재단으로 둔 명문 사립고’가 2009~2010년 주변에 자사고 7곳(추후 1 곳은 다시 일반고 전환)이 생기면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 2009년을 마지막으로 한 명도 없게 됐다. 한 반에 5~10명은 아예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했다는 풍경도 전했다. 명문 일반고가 자사고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몰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학교는 지난 수십 년 간 서울대에 한 해에 0~2명을 보낸 학교다. 명문 사립고라고 부르긴 어려운 숫자다. 학업성취도도 원래 서울시내 중하위권이었다. 서울대 대학별고사 준비 학생이 한 명 밖에 없어 진학지도를 못하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한 적도 있을 정도다.
 

유명 학교법인을 재단으로 뒀지만 실상은 학교법인이 명문대 재단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고교까지 편입된 것이다. 한동안 부속이 아닌 병설로 운영되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서자 취급’ 받는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지역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다. 이후 ‘부속’고로 지위를 바꾸고 시설투자를 다소 하면서 인식 개선이 조금 이뤄진 정도다.
 

그래도 그 직전 몇 년은 한 명씩이나마 보내던 서울대를, 한 명도 못 보냈으니 타격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듯하다. 자사고 생긴 첫 해에 1명, 다음 해에 4명 들어온 성적 우수학생마저 전학을 갔으니 실제로도 타격은 있었다. 그러나 자사고가 ‘명문 사립고를 몰락시켰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명문 사립고를 몰락시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례는 따로 있다. 바로 지정 취소를 목적으로 짜 맞추기 식으로 시행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다. 기준미달로 발표된 학교는 운영부실 자사고가 아닌 성적우수 자사고다.
 

8곳 중 6곳은 서울시내 자사고 중에서도 수능성적 상승률이 우수하다. 숭문고(상승률 1위), 중앙고(2위), 경희고(4위), 신일고(5위), 우신고(6위), 배재고(8위)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세화고다. 세화고는 수능성적 1, 2등급 비율에서나 명문대 진학률에서나 전국에서 최상위권을 지켜온 그야말로 전통의 ‘명문 사립고’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사립고가 자사고라는 이유로 졸지에 ‘기준미달’ 학교가 된 것이다. 자사고가 되면서 갑자기 운영이 부실해졌던 것일까. 아니다. 평가 과정을 살펴보면 ‘명문사립고를 몰락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좌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엉터리 조사를 바탕으로 명문자사고들을 부실학교로 낙인찍었다. 부실자사고 리스트에 오른 세화고는 수능성적과 명문대 진학률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숭문 중앙 경희 배재 우신고 등도 수능성적 상승률이 전국 1위에서 8위안에 드는 성적우수학교들이었다.

재평가 대상 자사고 14개교는 당초 모두 평가를 통과했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전임 교육감의 결재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끝난 평가를 새로 했다. 2차 평가에서는 ‘공교육 영향 평가’라는 명목으로 인근 학교에 자사고를 없애는 게 좋겠냐고 물어 이를 근거로 14개교를 모두 재지정 취소 대상으로 만들었다.
 

공교육 영향 평가의 내용이 드러나 반발과 논란이 격해지자 시교육청은 ‘운영성과 종합평가’라는 이름의 3차 평가를 실시해 8개교가 기준미달이라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1차 평가지표를 최대한 존중했다고 했지만 실제 평가지표의 배점은 정상 운영되는 자사고에 유리한 항목의 점수는 줄이고, 교육청 재량 평가는 늘린 것이었다.
 

학교 구성원 만족도 배점은 15점에서 10점으로 대폭 줄었다. 그 중에서도 학부모 만족도 지표는 5점에서 3점으로 줄였다. 학부모가 좋아하는 학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신 10점에서 15점으로 늘어난 교육청 재량평가 내용은 자사고 설립운영 취지와 무관한 지표들로 구성됐다. 시교육청 담당과장도 자사고 운영 취지와의 연관성을 설명하지 못한 ‘학생 참여와 자치 문화 활성화’ 지표의 배점이 5점이나 된다. 재량평가에서 7점을 차지했던 교육활동 우수사례 지표는 배점이 없어졌다. 우수한 교육활동을 한 자사고에 좋은 평가를 안 주겠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선호하고 우수한 교육활동을 하는 학교는 좋은 점수를 못 받도록 만들고 나니 전국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거나 수능 성적 평균을 50점 정도씩 올린 ‘명문 사립고’들이 하루아침에 ‘기준 미달’ 학교가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명문 사립고를 몰락시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 어느 쪽인지 명백해지지 않는가. /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