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새민련, 체포동의안 표결전 당론 정하도록 강제해야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방탄국회와 의리

최근 우리 사회에 ‘으~리’하는 '의리' 시리즈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영화배우 김보성 말투 흉내내기에서 비롯된 말인데, 그만큼 의리를 강조해야만 할 세태여서 그럴까? 어쨌든 의리가 있으면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의리와 정리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흔히 깡패들이 의리란 말을 많이 써왔는데, 의리(義理)는 대의명분에 대한 충실성을 기초로 하는 것이고, 정리(情理)는 관계에 대한 충실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명한 범법행위가 있음에도 이를 감싸고 도는 것은 의리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 정리를 끊지 못하는 행위일 뿐이다.

방탄국회가 그러한 의리와 정리를 혼동한 대표적 사례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회의를 하지 않고 법안을 심의하지 않고 공전된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임시국회 종료일 1분전인 8월 19일 23시 59분에 새민련이 8월 임시국회를 재빨리 소집 요구하거나, 체포동의서를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9월 3일의 본회의에서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합작해서 체포동의안을 확실하게 부결시킬 때만은 국회가 참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8월 19일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는 국회의장이 8월 19일에 8월 22일자로 소집공고를 냄으로써 의외의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검찰이 8월 21일 박상은, 조현룡, 김재윤, 신학용, 신계륜 등 비리 혐의 국회의원들에게 구인장을 발부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방탄국회가 무위로 돌아갔다. 법원의 영장실짐심사로 5명의 비리혐의 국회의원들 중 박상은 조현룡 김재윤 3명이 구속되었다. 방탄국회를 여는데 실망했던 다수 국민들은 소집요구서와 소집공고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비리혐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영도 잠시였다. 철도비리수사의 연장선상에서 송광호 비리혐의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게 되자, 국회의원들은 총투표 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시켰다. 참석하지 않은 수인 (이미 구속된 3명을 뺀) 74명도 (물론 공무국외여행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체로) 투표 불참 형태를 통해 사실상 반대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효표도 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서 장담할 수 없으나 문맹자가 없고 표결이 일상적인 국회에서의 표결이란 점에서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비리 의원들을 감싸고 도는 것을 막기위해선 해당의원 출당조치와 당원권 정지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비리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시 각당이 당론을 정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철도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송광호 의원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여야의원을 만나 사례하고 있다.

비리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편의에 겨우 73명만 동조를 한 것이다. 표결에 부쳤지만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실시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의 방탄국회를 실현했다. 이처럼 비리혐의자를 감싸고 도는 행태에 다수 국민들은 또 다시 분노했다.

국회의원들은 왜 이렇게 비리혐의자 동료 국회의원을 감싸고 돌까? 그것은 아마 ‘의리로 포장된’ 소소한 정리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망각하고, 동료에 대한 정리를 우선시한 것이다.

로그롤링인가 국민의 대표인가?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비리 로그롤링의 결과일 수도 있다.

국민이 대표로 뽑은 사람들이나 정부 공무원들이 위탁받은 권력을 위임받은 대로 ‘교과서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한다는 것이 ‘공공선택학파(Public Choice School)’의 통찰이다. 이 학파의 논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도 다가올 선거에서의 재선이다. 재선을 위해서는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따와야 되고, 자신이 원하는 법안에 다수 표를 확보하여야 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통나무 굴리기를 할 때 보조를 맞추듯이 국회의원 간에 힘을 합치는 것을 로그롤링(log-rolling)이라고 한다. 명백히 반대하지 않는 한 ‘정당을 초월하여’ 찬성을 하도록 서로 밀어주기를 하는 관행이 정착된 것이다.

이번 투표결과에서 136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는 무리한 가정을 해도, 새민련 등 야권에서 최소한 14명이 이탈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체면상’ 찬성표를 던졌을 거라는 계산을 해보면 야권 이탈표는 더 늘어난다. 이미 박지원 의원이 평화방송에 출연해서 ‘헌법정신에도 불구속 기소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는 실토(?)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비리 감싸주기 즉 비리 로그롤링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선거 때에 지역구민들에게 여의도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국민에 봉사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인해두어야 할 것은 로그롤링은 국회활동의 지엽적인 기법에 불과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을 제대로 대변하는가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지엽적인 관행에 따르다가 전체적으로 공멸하기보다 본말을 제대로 세워 국민들을 제대로 대표하여야 한다. 더 이상 파렴치범에게는 국회의 불체포특권이 비리혐의자를 숨겨주는 (삼한 시대 신성한 곳인) ‘소도(蘇塗)’로 작용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불체포 특권 폐지보다 각 당의 출당 조치, 비리혐의자 수사 협력의지가 중요

혹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방어막을 치기도 한다. 실제로 헌법을 보면, 제44조 ①항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본래 독재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국민의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영국에서 1603년에 처음 법제화되었고, 미국 독립혁명 이후 헌법에 성문화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군사독재 시절에 이 조항이 상당한 방패가 되었다. 어느 법이나 부작용이 있고 편법이 동원되어 회피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본래의 기능이 중요하다. 따라서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같아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헌법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지만, 더구나 개헌 요건 때문에 쉬운 일도 아니다.

또 다른 이는 무기명 투표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기명투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에 관한 문제를 기명투표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오히려 익명성 하에서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할 기회를 박탈해버린다. 이번 사례와 다른 경우에 악선동 포퓰리즘의 희생양을 만들어낼 때도, 그에 저항하기 힘들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혹시 있을 또 다른 독재자의 국회 장악 시도에 대한 저항 장치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분개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불체포특권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의 초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삼한 시대 소도에 온 범인을 일시적으로 잡아가지 못했다고 해도, 그 범인의 죄가 사해지는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불체포특권에도 불구하고 비리혐의자의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죄형 법정주의 내지 증거주의에 의해서 재판을 하면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결국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히려 불체포 특권이 무죄추정의 원리에 따라 불구속재판을 받을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국민들 모두에게도 인정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각 당이 비리혐의자 국회의원을 혐의가 소명되기까지 (임시로나마) 출당 혹은 당원권 정지를 시키는 쪽으로 나아가 각 당의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번 사례와 같은 비리혐의자 체포동의안의 경우, 표결 전에 당론을 확실히 정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그런 방침을 정했었는데, 왜 이번 사례에서 그런 실천을 하지 않았는지 그것이 의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방탄국회를 여는 것, 혹은 당론을 정하지 않는 것, 모두 여론으로 해당 정당을 강하게 고립시켜나가는 것이 아주 효과적일 수 있다. 이것이 혹시 다시 있을지도 모를 (군사)독재 등의 부당한 강박으로부터 국회를 지키는 제도를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불체포특권을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야비한 국회의원들을 추방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본다.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