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한동안 차입을 자제해온 포스코가 회사 재무구조가 개선되자 다시 공격적으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외 채권 발행을 통해 2조2000억원을, 포스코케미칼은 2500억원 등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해당 자금은 내년 만기 도래 예정인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2차전지 소재, 환경개선에도 사용할 예정이어서 미래 투자를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대 1조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트렌치는 3년(2000억원), 5년(1500억원), 10년(1500억원)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 최대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는 삼성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이 대표주관을 담당했다.
|
|
|
▲ '재무통'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지 1년만에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하며 국내외 채권 발행으로 2조원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포스코 제공 |
해외에서도 대규모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다음 달 초 해외에서 5억달러(약 597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 만기는 5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7월 국내에서 시설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5000억원의 채권발행에 이어 해외에서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지속가능채권은 환경개선 및 친사회적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사회적 활동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2021년까지 대기오염물질 저감에 1조7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계열사들의 실탄확보 움직임도 공격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수요예측에서 주문 물량이 몰리면서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500억원이 늘었다.
만기는 3년(1300억원)과 5년(1200억원)으로 음극재 광양 2단계 투자에 1300억원, 운영자금에 1200억원을 쓸 구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2020년까지 천연흑연 음극재 2공장과 함께 음극재 관련 설비에 3900억원 내외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양극재 설비 관련 투자도 광양 2단계 증설로 등으로 3000억원가량의 자금지출이 예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2021년까지 지출되는 투자 규모만 1조원에 이른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자랑하던 ‘실질 무차입 경영’ 기조는 깨졌지만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는 2차전지 소재와 탄소 소재 부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계획대로 국내외에서 채권 발행을 진행하면 올해 약 2조7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자금조달 규모로 고강도 구조조정 직전인 2013년 2조2590억원을 뛰어넘는다.
포스코의 이번 원화채권 발행은 내년 10월 만기 도래 예정인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다만 미중 경제전쟁 여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지속하던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경기 순환변동적 요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로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경제여건 속에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포스코도 차입금 만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포스코도 사세를 확장해야 하는 만큼 확보한 일부 현금을 통해 구매카드 한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