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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 채소 코너 [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촉발된 디플레이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8월 -0.04%, 9월 -0.40%로 2개월째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 우려를 자극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만성적인 디플레가 시작됐다.
'거품경제' 당시 축적된 과잉 설비에 대한 조정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기업투자 위축세가 이어졌고, 민간소비는 '역 자산효과'로 소비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1997년 소비세 인상이 치명타를 가했다.
누적된 물가 하방 압력 속에 명목임금 하락세가 가팔라져, 소득 감소가 기업 생산과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디플레 악순환이 나타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1~2012년 재정위기의 여파로 경제 전반에 '수요 충격'이 나타나면서,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디플레 위기가 닥쳤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 전까지 정부부문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구가했는데, 그 '반대 급부'로 재정건전성이 취약해졌고, 위기 극복 과정에서 유로존은 각국의 재정 긴축을 압박했다.
공공부문 수요가 급감하자 그 여파가 민간부문으로 '전이'돼,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약화됐고, 디플레에 진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들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강력한 충격에 의해 총수요가 위축되면서, 디플레가 동반됐다. 일본은 자산 버블 붕괴, 유로존의 경우 재정 긴축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미중(G2) 무역분쟁에 따른 대외 수요 부진이 총수요 둔화를 야기하며, 이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G2 양국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한국 수출 감소세도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중 양국은 11일 고위급 협상에서 '스몰딜'에 합의, 무역전쟁 확산을 일단 막아냈다.
신한금투는 "미국 등 선진국에 이어 한국 역시 확장 재정과 통화 완화를 통해 수요를 지지하고자 한다"면서 "일본과 유로존과 비교하면, 한국의 디플레 진입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은 "역사적으로 경기불황으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상황은 1929~1932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가 유일했다"면서 "현재 국내 마이너스 물가는 경기침체의 영향보다는 농산물, 유가, 정부정책 등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마이너스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며, 실질 기준금리가 주요국 대비 매우 높다"며 "앞서 마이너스 물가를 경험한 일본(1990년대) 및 대만(2000년대) 사례를 감안할 때, '경기침체'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탈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조적인 저물가 기조로 인해 '0%대 물가 고착화 가능성' 및 이에 따른 통화정책적 대응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는13일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최근의 디플레 관련 논쟁에 대해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므로, 우리 경제에 디플레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다만 물가 상승률이 반등하더라도 물가 안정 목표를 여전히 하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통화정책을 보다 '적극적'인 기조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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