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직무정지' 상황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상향 조정한 데 이어 '검찰 고발'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임 회장은 문고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은 임 회장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3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난 것도 임 회장 해임을 권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이사회는 임 회장에 대한 해임 결의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경영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회 의결, 임 회장 거취 변수

금융위와 금감원은 13일 KB 경영리스크 해결을 위한 합동대응팀을 만들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합동대응팀은 KB금융과 자회사에 감독관을 파견하고 경영활동 전반을 상시 감시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 유고(有故)를 전제로 금융당국 차원의 대응책까지 내놓은 만큼 임 회장에게 "이제는 나가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임 회장은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위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그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임 회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 해결의 열쇠는 이사회가 쥐고 있다.

임 회장은 직무정지 시한인 3개월이 지나면 회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 9명 중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임 회장 해임안이 가결될 경우 임 회장은 회장직을 상실한다.

이사회는 CEO 중징계 리스크가 워낙 큰 데다 임 회장이 이미 리더십을 잃었기 때문에 임 회장의 해임 여부를 심각히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직무 정지 기간이 끝나 복귀하더라도 이전처럼 회장직을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임 회장의 거취를 매듭짓지 않으면 금융당국의 압박이 KB금융그룹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이어지면 LIG 손보 인수를 비롯해 여러 현안도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임 회장을 구하려다가 KB금융그룹 전체가 낭떠러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14일 "아직 임 회장에 대한 해임 논의는 아직 진행된 것이 없다"면서도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알고 있다"며 "KB를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해임 결정 쉽지 않을 듯

KB금융그룹 주변에서는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해임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이사회에 포진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 9명 중 올해 신규 선임된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 회장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영록 회장과 동문수학한 사이다.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임 회장이 지난 2012년도에 한양대학교에 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 교수로 재직했다. 신성환 교수는 임영록 회장과 같은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KB금융 이사회가 임 회장에 호의적인 사람이 많은데다 사외이사들의 주장이 모두 달라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