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위험 투자, 또 다른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단 0.1%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에 예·적금을 가입한 금리 노마드족들이 ‘라임 사태’ 이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사들이 라임펀드에 100억원의 돈을 투자했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투자금의 출처가 고객들의 예수금인 것으로 확인돼 일각에선 제2의 DLF사태가 발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과 금액이 자기자본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라임 넵튠 사모투자신탁 2호', 웰컴저축은행은 '라임스타코스닥 벤처펀드2호'에 각각 50억원을 투자했다. 양 사는 모두 투자금의 출처는 고객들의 예수금이라고 밝혔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의 검토 이후 고객들의 예수금을 투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현재 자사가 가입한 라임 펀드의 수익률은 4%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어 고객들이 우려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독하는 금융감독당국 역시 저축은행이 고객들의 예수금을 이용해 투자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객들의 예수금을 이용한 예대업무는 저축은행의 기본적인 업무”라며 “고객의 예수금을 활용한 유가증권 투자는 금감원의 허가 등을 받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와 금융감독당국은 모두 고객 예수금을 이용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고객들의 예수금 사용은 신중히 결정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고객들의 예수금을 이용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라며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해 예치한 돈이 아님에도 고객의 자본이 동의없이 고위험 상품 투자에 유용됐다면 각 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저축은행사들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배경엔 예대율 규제 도입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저축은행업계는 2021년까지 예대율을 100% 수준으로 맞춰야한다. 내년에는 110%, 2021년 이후에는 100%의 규제 비율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예대율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한 지표로,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중을 나타낸다. 

규제대상은 이전 분기 말 대출잔액이 1000억원 이상인 저축은행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69개 저축은행에 적용된다. 

이에 저축은행업계에선 수신 상품의 금리를 높이며 내년부터 도입되는 예대율 규제에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서둘렀다. 

업계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이 고수익 원천을 찾기 위해 펀드 투자를 선택한 것 같다”며 “고금리 제공 통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저축은행사들의 고위험 투자는 또 다른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객의 예수금을 이용한 투자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 배경에도 고위험 투자가 있었다”며 “저축은행의 운용 자금조달은 합리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조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교수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반추해 고위험 상품 투자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사들이 고객들의 예금을 이용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 측에서 일정부분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며 “저축은행 경영진 역시 고객들의 예수금을 통해 리스크가 클수도 있는 상품에 운용했다는 것은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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