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메이저리그 팀들의 KBO리그 간판 투수들에 대한 관심 표명이 슬슬 시작되고 있다. SK 와이번스 에이스이자 국내 좌완 최고투수로 꼽히는 김광현(31), 올 시즌 투수 3관왕에 오른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2)의 이름이 미국 언론에서 거론됐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에 눈여겨볼 선수가 있다. 김광현이다. 그는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를 원하고 있다. 소속 구단 SK는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고 김광현을 거명하며서 "2019시즌 190⅓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2.51, 탈삼진 180개, 볼넷 38개를 기록했다"고 김광현의 올 시즌 성적을 소개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30일 개인 SNS를 통해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인 조쉬 린드블럼이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린드블럼은 KBO리그 투수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메릴 켈리와 비견되는 활약"이라고 전했다. 

김광현과 린드블럼의 상황은 다르다. 

김광현은 2016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SK와 4년 85억원에 계약했다. 내년까지는 SK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팀의 콜을 받는다 해도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미국행이 가능하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고, 구단과 어느 정도 교감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SK가 올해 손안에 거의 넣었던 정규시즌 우승을 두산에 역전당해 놓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3위팀 키움에 3연패로 패퇴한 것이 문제다. 내년 시즌에 어떻게든 한을 풀어야 하는 SK가 에이스의 전력 이탈을 감수하고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와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사진=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반면 린드블럼은 다른 팀과 계약에 걸림돌이 없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린드블럼은 원하는 팀이 나오면 미국 무대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

이제 막 시즌이 끝났고, 아직은 김광현이나 린드블럼이나 막연하게 미국 언론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정도다. 그러나 쓸 만한 선발투수에 대한 관심은 늘 있는 메이저리그다. 시즌 중에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수시로 KBO리그 경기장을 찾아 김광현, 린드블럼 등 좋은 투수들을 꾸준히 체크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류현진(LA 다저스)과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효과다. 메이저리그에서 새삼스럽게 KBO리그 출신 투수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한 여건을 류현진과 켈리가 올 시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첫 해부터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안착하긴 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그동안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 우려를 떨쳐내고 29경기 등판해 14승(5패)이나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2.3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류현진의 이런 활약상은, 그가 국내 한화 이글스에 뛸 당시 좌완 최고투수 자리를 놓고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김광현에게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김광현도 부상에서 완벽하게 부활해 올 시즌 31경기 등판해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메릴 켈리 효과도 있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4시즌 활약하며 통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애리조나의 콜을 받고 2년 550만달러 보장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로 진출했다. 켈리는 올 시즌 32경기 등판해 183⅓이닝 투구, 13승 14패 158탈삼진,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며 애리조나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메릴 켈리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 본 메이저리그 팀들이 올해 두산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린드블럼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기지만 김광현과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할 지 여부는 이번 오프 시즌 야구팬들에게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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