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KB금융 이사회에 임영록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동시에 금융감독원도 임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는 등 KB금융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KB금융 이사회측도 금융위의 압박에 두 손들고 백기를 들 것으로 보여 임 회장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회장은 여전히 물러나지 않을 뜻을 내비쳐 상황은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제윤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사회에 임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를 했다고 전해졌다. 이는 최대한 빨리 끝을 보겠다는 금융위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해석이다.

   
▲ 사진출처=뉴시스

임 회장은 이미 징계를 받은 날 오후 6시부터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임 회장은 중징계가 내려져도 현직을 유지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허를 찔린 셈이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법적으로는 3개월 후 복귀해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과거 관례상 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과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황영기 KB금융 회장 등은 모두 사퇴했다.

임기가 끝난 후에도 4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퇴진 요구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초강수 까지 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은행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고발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또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 실무를 담당한 임 회장의 최측근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사실상 재배당 받았다.

대기업 총수의 비자금 사건이나 유력 정치인의 뇌물 사건 등과 같은 특수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에서 재배당 절차까지 밟아가며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고 특혜를 주는 이른바 '금융비리'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이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관피아'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임 회장은 여전히 당국과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후 기자들을 만나 "중징계 결정이 나더라도 현직(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법적절차와 행정소송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금융위가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순간부터 진실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직무정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송으로 갈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이 소요된다.

정지원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임 회장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 금융위의 입장이 곤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측면이 없진 않지만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