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1조원대 거래 무산…충당금 1600억~3000억원 예상
대우조선, 4년 끌고 온 드릴십 1척 결국 또 취소
"유가 변동 탓에 드릴십 발주 없어…재매각 힘들 것"
   
▲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에게 수주 받은 드릴십. /사진=대우조선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조선업계가 잇따른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다시 불거진 드릴십 악재로 좌불안석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며 해양시추사들이 드릴십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릴십 5척을 재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삼성중공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의 건조 계약을 해지키로 결정하면서 드릴십 재매각을 통해 재무부담을 줄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드릴십은 깊은 수심의 해역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설비다.

먼저 선주로부터 잔금 9억1000만달러(약 1조620억원)를 못 받게 됐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해당 드릴십을 14억3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수주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받은 금액은 계약금의 30%인 5억2000만달러(약 6300억원)로 잔금은 9억1000만달러가 된다. 여기에 시장은 계약 해지로 삼성중공업이 1600억~30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인도하지 못해 받지 못하고 있는 드릴십 잔금은 19억7000만달러(2조2884억원)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은 해당 드릴십 2척 외에도 15억6000만달러 계약 규모의 미국 시추사 퍼시픽드릴링(PDC) 1척과 노르웨이 시추사 시드릴 2척에 대해 취소 통보를 받았다. PDC의 경우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며 삼성중공업과 소송 중인 만큼 삼성중공업이 가질 선수금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해당 드릴십을 되팔아 건조대금을 회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매각대금은 3억5000만달러(4100억원)이다. 노던드릴링은 "미리 지급한 선수금(4920만달러)과 손해 배상금 등을 대우조선해양에 청구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인도 예정일은 2021년 1·4분기로 매각이 미뤄지면 재고자산으로 분류돼 대우조선의 부담이 된다. 현재 건조 중인 영국 엔스코(2척)와 노던드릴링(2척)을 포함해 대우조선이 받지 못한 드릴실 잔금은 10억7350만달러(1조2465억원)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취소 통보를 받은 드릴십 1척은 2011년 수주해 연이은 계약 취소와 재매각 등을 통해 4년 넘게 끌고 온 선박"이라며 "삼성중공업은 5척을 다 재매각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우조선 사례를 보면 금방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매각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아 조선업계의 경영정상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릴십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이던 시절에 각광을 받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심해 유전 개발 수요가 줄어들며 시추 관련 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대를 유지하며 채굴단가가 높은 해양유전 발주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도가 안 된 드릴십의 유지보수비는 5척 기준 연간 최소 수백억원 든다"며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유가 변동폭이 큰 탓에 발주가 거의 없는 현재 시장 상황을 봐서는 재매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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