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0시즌 KBO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0월 31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수 2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장원준, 오재원(이상 두산 베어스) 오주원, 이지영(이상 키움 히어로즈) 박정배, 나주환, 김강민(이상 SK 와이번스), 진해수, 송은범, 장원삼, 오지환(이상 LG 트윈스), 김태군, 박석민(이상 NC 다이노스), 유한준(KT 위즈), 김선빈, 안치홍(이상 KIA 타이거즈), 손주인(삼성 라이온즈), 윤규진, 정우람, 김태균, 이성열(이상 한화 이글스), 고효준, 손승락, 전준우(이상 롯데 자이언츠)가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다.

   
▲ 이번 FA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주목받는 전준우, 안치홍, 오지환. /사진=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이들은 내일(11월 2일)까지 FA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를 결정해 KBO에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KBO는 그 다음날인 3일 FA 승인 선수를 공시한다. 그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이번 FA 시장은 예년에 비해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눈에 확 띄는, 어느 팀에서라도 영입하고 싶어 할 만한 초대형 FA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격을 갖췄어도 FA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선수가 상당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부상이나 기량 저하 등으로 이전에 비해 활약상이 줄어든 베테랑 선수들, 크게 어필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이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일찌감치 주목받으며 거취에 관심을 모은 FA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야수 전준우, 내야수 안치홍과 오지환, 포수 이지영과 김태군 등이다. 전준우, 안치홍, 오지환은 현 소속팀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다. 즉, 다른 팀에 가더라도 충분히 주전으로 활약할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조건의 FA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지영과 김태군은 귀한 포수 자원이다. 안방이 약해 고민인 팀들의 영입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 FA 가운데 귀중한 포수 자원인 이지영과 김태군. /사진=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김태균, 정우람, 오재원, 박석민, 유한준, 손승락 등은 경력도 화려하고 여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이전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세월(나이)의 무게 때문에 장기 계약이나 고액 계약을 이끌어내기는 만만찮다.

소중한 FA 자격 기회를 얻었지만 호기롭게 권리 행사를 못할 선수들도 많다. 팀을 옮기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현 소속팀과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소외된 FA'도 있을 것이다. FA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을 선수들도 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활기 넘치고 열기가 피어올라야 할 FA 시장 개장을 앞두고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역시 현행 FA 제도의 문제점 때문이다. 대어급이든, 월척이든, 준척이든, 평범한 선수든 가리지 않고 동일한 조건에서 FA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외면받는 선수들이 많다.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돼 영입을 하려 해도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는 큰 부담으로 꺼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수 년째 FA 제도 개선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구단들의 이해관계,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총액 100억원 안팎의 대형 계약은 나오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해의 경우 공수 겸장의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두산에서 NC로 이적하며 4년 총액 125억원의 대박 계약을 했고, 최정이 SK에 잔류하면서 6년 계약이긴 하지만 106억원으로 100억원이 넘는 거액 계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올해는 양의지나 최정에 비견될 만한 FA가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금전 및 선수 보상까지 해주며 다른 팀에서 데려올 FA가 몇 명이나 될 지도 의문이다. 올해보다 사정이 나았던 지난해의 경우에도 양의지가 유일하게 FA 이적한 선수였다. 더군다나 올해는 2차 드래프트도 있어 이적을 원하는 FA 선수들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

올해 KBO리그는 관중 감소로 고민에 빠졌다. 주된 이유가 전력 불균형이었다. 상위권과 하위권 팀간 전력 차가 너무 커졌다. 이런 점을 해소하려면 단기간에 전력 보강이 가능한 F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현행 제도의 장벽은 너무나 높고 FA 선수들 내부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어떤 변수에 의해 FA 시장에 열기가 피어오를 수는 있겠지만, 올해 FA 시장을 노크하는 선수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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