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2일 제19회 정기연주회 개최…일본 만돌린앙상블모니카와 협연
정명화 단장 "단원 한 명 한 명이 자랑스러워…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어 뿌듯해요"
서윤숙 지휘자 "만돌린의 매력? 배우기도, 전하기도, 나누기도 좋은 악기"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20년의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좋은 사람들' 덕분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청아한 선율에 힘을 더했고, 정다운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지탱해줬다.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의 이야기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조금 멀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만돌린은 배우기도, 전하기도, 나누기도 쉽더라고요. 그게 크게 와닿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이유가 컸던 것 같아요." (서윤숙 지휘자)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해서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이렇게 깊숙이 제 삶을 지배할 줄은 몰랐어요. 사람들과의 교류도, 국내외 활동도 재밌어요. 이젠 제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됐죠." (유은영 악장)


   
▲ 왼쪽부터 차례대로 정명화 단장, 서윤숙 지휘자, 유은영 악장. /사진=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트인뮤직에서 '2019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제19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의 단장 정명화, 지휘자 서윤숙, 악장 유은영과 만났다.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는 1999년 4월 故 이석기의 지도 아래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만돌린 연주 단체. 2000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트인뮤직에서 제19회 정기연주회 리허설 중인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정기연주회 연습을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더군다나 음악을 하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데, 단원들이 잘 풀어가면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줘요. 단원 한 명 한 명이 자랑스럽죠. 힘들 때도 굉장히 많았을 텐데… 음악으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것. 그게 뿌듯해요." (정명화 단장)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제19회 정기연주회는 한일 우정 콘서트로 마련된다.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는 일본 만돌린 연주자들이 속한 만돌린앙상블모니카와 협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경제 제재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예술인들이 갖는 문화 친선 행사로 의미가 더욱 깊다.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렇게 협연을 하는 건 드문 일이에요. 그런데 양국의 음악인들이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음악의 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진심으로 소통하니 서로를 좋아하고 교류하고…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정명화 단장)

'민간인 외교 예술 사절단'이라는 박철현 분당구청장의 표현처럼,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는 이 같은 협연뿐 아니라 해외 무대까지 오가며 전 세계 관객들의 감성을 충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는 1년간 부단히 달려왔다.

"연초에 새 악보를 나눠주거든요. 단원들이 처음 악보를 받을 땐 너무 어려워하고 저도 '이게 되려나' 싶을 정도로 힘들어요. 그런데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오케스트라로서 소리가 잡힐 때 보람을 느끼죠. 매년 뿌듯해요." (서윤숙 지휘자)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단원들의 열정 덕분에 이번 공연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한 서윤숙 지휘자. 이에 정명화 단장과 유은영 악장은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내 서윤숙 지휘자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고 입을 모아 훈훈함을 안겼다.

"서윤숙 지휘자님은 쉬운 것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더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하기 위해선 쉬운 곡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항상 도전하고 모색하죠. 수많은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협연을 하는데 매번 이벤트를 구상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감사해요. 오르간을 전공했고 직접 만돌린을 연주했기 때문에 악기의 특성도 잘 알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에요. 비상해요." (정명화 단장)

"저희 지휘자님이 좋은 게 뭐냐면 항상 자기 개발을 하고 공부를 하는 거예요. 연주단과의 교류가 없는 때에도 일본에서 열리는 여러 연주회에 가죠. 저도 동행을 하는데, 사실 그게 어마어마한 공부거든요." (유은영 악장)


   
▲ 지난해 열린 '2018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제18회 정기연주회. /사진=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분당, 만돌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는 세 사람의 모습은 더없이 보기 좋았고, 끈끈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에도 깊은 신뢰가 갔다.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늦가을, 아름다운 사람들과 서정적인 만돌린의 선율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 계신 단원들 한 명 한 명 누구 할 것 없이 너무 소중하고, 함께라서 좋아요. 이렇게 역사 깊은 단체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스럽고요.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를 창단해주신 이석기 선생님의 열정, 사랑, 헌신에 감사합니다." (정명화 단장)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와 젊은 시절을 함께했어요. 30대에 시작해서 어느덧 50대가 됐고,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서른이 됐죠. 가장 젊고 혈기왕성할 때, 아이를 낳고 키우다가 시작한 만돌린과 함께 늙어왔네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는 게 뿌듯하고 감동적이에요. 나의 젊음과 함께한 만돌린." (서윤숙 지휘자)

"처음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를 시작할 때 20년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고 노년도 같이 갈 것 같아요. 기대도 돼요. 옛날처럼 파이팅은 없어도, 단원들과 함께 재밌게 잘 늙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은영 악장)

2일 오후 6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의 주최로 '2019 분당만돌린오케스트라'(상임지휘 서윤숙) 제19회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예매 및 문의는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의 월간 공연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