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3주 앞두고 이번주에 한미일 3국간 마지막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이 릴레이식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고 압박에 나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넉달여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태국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의 갈라 만찬에 참석해 처음으로 웃으며 악수했다. 이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지만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하는 만큼 한미일 간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급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월22일 자정으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도 일본은 한일 갈등 해소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한일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앞서 EAS를 앞두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인도태평양전략 협력 방안과 함께 지소미아에 대해 협의했다. 협의 직후 미 국무부는 “두 사람은 한미일 3각 협력(trilateral cooperation)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발언은 지소미아 복원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을 거쳐 5일 방한할 예정이어서 한국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도쿄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지소미아는 미국, 일본에,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지소미아 파기 결정 번복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지프 영 주일 미국 임시대리대사도 지난 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 국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을 한국에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도 같은 날 “한일 갈등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기쁘게 할 뿐”이라며 “한일이 지소미아 등을 둘러싸고 계속 반목한다면 미국과 한일 간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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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후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아베 일본 총리 부부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
실제로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는 것은 물론 한미 간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훼손의 책임을 한국에 씌우려 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두 번째 방한하는 스틸웰도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 철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호르무즈 파병 요구 등 각종 안보 청구서를 들고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은 15일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를 꺼내 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위해 미국이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윤 차관보와 스틸웰 차관보의 만남을 설명하는 발표에서 “윤 차관보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참석했던 강창일(더불어민주당) 회장이 “강제 동원(징용) 배상문제는 해결이 참 어렵겠다고 느꼈다”고 했고, 김광림(자유한국당) 간사장이 “일본은 지소미아 문제를 한국이 먼저 풀면 한번 얘기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한 것을 볼 때 상황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압박 수위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미국이 방위비 증액 카드를 꺼내 한국정부를 압박할 경우 한미동맹 균열에 우려를 더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력을 증명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제 지소미아의 운명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참석 중인 태국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간 대화가 이뤄지고, 스틸웰 차관보의 한일 연쇄 방문이 이어지는 이번주에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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