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청계리 청계고분군에서 확인된 가야 고총고분 [사진=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전북 남원에 있는 운봉고원에서 호남지역에 현존하는 최고(最古), 최대 규모의 가야 고총고분(高塚古墳)이 확인됐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남원시 아영면 청계리 산 8-7번지 일대 '남원 청계리 청계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5세기 전반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31m 길이의 가야계 고분을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야 고분은 잔존하는 봉분을 기준으로 측정한 길이가 31m이며, 도랑을 포함하면 34m 내외에 이른다.

너비는 약 20m, 높이는 5m 안팎으로, 전체적인 형태는 타원형이며, 남북 방향으로 조성했다.

이 무덤은 해발 770m인 시루봉의 동쪽 비탈면 끝부분, 사적 지정 가야 무덤떼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전라북도기념물인 '남원 월산리 고분군'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있다.

청계리 고분은 경사지를 L자 형태로 깎은 뒤 다시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해 평탄면을 만들고, 이후 매장시설 안치와 성토 작업을 동시에 한 것으로, 남쪽 비탈면 일부에서는 도랑까지 발견됐다.

전용호 나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월산리 고분군 무덤 길이가 약 20m 내외이고,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2호분 길이가 약 21m"라면서 "청계리 고분이 현재까지 알려진 호남 가야 고분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 연구관은 "월산리 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보다는 조성 시기가 이르다"고 설명했다.

무덤 안에는 석곽(石槨·돌넛널) 3기를 T자 형태로 배치했는데, 석곽은 길이가 약 5.5m이고, 높이는 1.5m 안팎이며, 폭은 중심이 되는 2호 석곽이 1.6m에 1호 석곽과 3호 석곽은 각각 1.15m와 0.7m다.

전 연구관은 "2호 석곽과 3호 석곽은 봉분을 성토하면서 만들었고, 1호 석곽은 나중에 2호 석곽 끝자락에 덧붙여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쪽과 북쪽 비탈면에는 봉분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돌을 깔았다"고 소개했다.

이전에 도굴 피해를 봤으나, 의미 있는 유물이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2호 석곽에서는 아라가야계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과 기대(器臺·그릇받침), 고배(高杯·굽다리접시), 중국 도자기 조각을 발견했고, 1호 석곽에서는 아라가야계·대가야계 토기와 함께 나무빗이 출토됐으며, 두 석곽 중앙부에서는 많은 꺾쇠와 관못도 나왔다.

수레방퀴 장식 토기는 굽다리 접시 위에 U자 모양으로 뿔잔 2개를 얹고, 좌우에 흙으로 만든 수레바퀴를 부착한 것이다.

전 연구관은 수레바퀴 장식 토기에 대해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함안 말이산 고분군 출토품과 의령 대의면에서 찾은 유물"이라며 "호남에서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빗은 묶은 머리를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일본에서는 야요이시대부터 많이 확인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산·김해·고흥에 있는 삼국시대 고분에서 나왔고, 호남 가야 고총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또 "운봉고원의 고대 정치체가 아라가야, 대가야, 일본과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며 "성토와 매장시설 조성을 동시에 하고 도랑을 둔 점은 토착적이나, T자 형태 석곽 배치와 출토 유물에서는 외래적 양상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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